"수백억 하는 로봇 엄두나 냈겠습니까?"...로봇도 넷플릭스처럼 구독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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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하는 로봇 엄두나 냈겠습니까?"...로봇도 넷플릭스처럼 구독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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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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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로봇도 구독시대]
천문학적 비용 드는 로봇...대중화 걸림돌
로봇과 운영 기술 접목한 구독형 상품 출시
초기 부담 낮추고, 유연하게 로봇 도입 가능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식당 '오월의 꽃수저'에서 운영 중인 서빙 로봇. 우아한형제들


"가게에 로봇을 들여온 지 여덟 달 됐어요. 처음에는 움직임이 느려 답답했는데 이제는 직원들도 함께 일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하네요."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서 한식당 '오월의 꽃수저'를 운영하는 김진홍(48)씨는 지난해 말 가게를 옮기면서 서빙 로봇 두 대를 도입했다. 가게 내부가 주방부터 홀까지 거리가 멀어 직원들이 그릇을 일일이 나르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로봇은 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고객의 식탁 앞까지 배달하고, 빈 접시를 다시 주방으로 옮기는 일을 주로 한다. 직원들은 로봇이 운반해 준 그릇을 고객 식탁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김씨는 4일 기자와 만나 "홀 인원이 늘어도 일정 공간 내에서 쓸 수 있는 사람 수가 한계가 있다"며 "로봇이 단순 반복 업무를 처리해주니 직원들은 고객 응대 등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통해 서빙 로봇을 들여왔다. 한식당에서 대당 1,000만 원이 넘는 서빙로봇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구독 프로그램'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 역시 해당 서빙 로봇을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다. 회사는 서빙 로봇 업체를 통해 로봇을 수입한 뒤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등 운영 기술과 사후 서비스(AS)를 연계해 제품을 팔고 있다. 서빙 로봇을 직접 사면 1,400만 원인데, 이를 구독식으로 쓰면 월 40만~50만 원 수준에 이용할 수 있다. 대신 렌탈 정수기처럼 36개월 구독 비용을 내면 로봇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김씨와 같은 소상공인들은 초기 비용 부담 없이 로봇을 이용할 수 있고, 우아한형제들은 로봇 관련 서비스까지 패키지로 판매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김씨는 "로봇을 이용하다 보면 처음 입력한 지도 정보와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며 "제때 AS를 해주는 등 구독 비용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줘 주위에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①대당 1,000만 원 넘는 서빙 로봇, 2년 만에 5배 확대

로봇. 게티이미지뱅크


로봇도 구독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정보통신(IT) 기업들은 로봇과 함께 연계된 서비스를 구독 상품(Raas, robot as a service)으로 만들어 제공하면서 고객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은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 LG CNS, 네이버 등 국내 주요 IT 기업들은 구독식 로봇 사업을 발빠르게 펼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로봇 제조사들의 한계를 파고 들었다. 로봇 제조사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 집중했다면, IT기업들은 이를 현장에 어떻게 접목하느냐에 주목한 것이다.

비싼 가격은 로봇 대중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 수억 원이 훌쩍 넘고, 서비스 로봇의 경우에도 수천만 원이 넘어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보급이 이뤄졌다. 로봇을 제조사로부터 사온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기업체 시스템과 연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제조사의 로봇을 동시에 쓸 경우 생기는 연동 문제도 있다. 이를 위한 별도의 로봇 운영조직도 마련해야 한다.

IT기업들은 로봇을 써보고 싶지만 도입을 망설이는 기업들을 집중 공략했다. 로봇 자체는 수입하는 대신 현장에 최적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통해 여러가지 어려움을 줄였다. 또 월 구독 형태로 로봇 이용 상품을 만들어 초기 비용 부담도 낮췄다.

대당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비스 로봇 시장부터 구독 모델이 도입됐다.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서빙로봇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현장에서 활약 중인 로봇은 2020년 10월 240여 대(180여 곳)에서 2022년 6월 현재 1,230여 대(700여 곳)로 빠르게 늘었다. 특히 최저임금이 오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영업자들은 서빙로봇을 늘리는 추세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과거에는 매장 당 한 대만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 실제 써봤더니 좋더라는 입소문과 함께 두 대 이상 도입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②중소업체도 도입할 수 있는 구독형 물류로봇

LG CNS서 구현한 물류형 로봇 서비스. LG CNS


LG CNS는 지난달 물류창고에서 쓸 수 있는 로봇 서비스를 구독형으로 선보였다. 지난달 방문한 경기 안산시 LX판토스 물류창고 내 LG CNS 로봇 전시 공간에서는 각종 물류 로봇들이 일사분란하게 정해진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우스 클릭 한 번에 빽빽하게 쌓여있는 박스 더미 중 가장 안쪽 박스가 바깥으로 나왔다. 로봇 팔은 전달된 박스 안에 있는 과자를 꺼내 컨베이어 벨트에 옮겼다. LG CNS는 노르웨이 로봇 제조사의 창고용 로봇 '오토스토어'와 다양한 픽업 로봇을 연동시켜 새로운 로봇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황정록 LG CNS 도심물류사업팀 책임은 "그동안 물류 창고에서는 사람이나 지게차가 박스를 옮겨야 해서 일정 공간을 띄워야 했다"며 "오토스토어와 픽업로봇을 활용하면 공간을 빽빽하게 쓰면서도 편리하게 물건을 꺼낼 수 있어 효율이 4배 증가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오토스토어와 같은 물류형 로봇은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만 도입할 수 있었다. 물류창고 규모에 따라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구축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소 물류 업체들이 구독형 물류 로봇 서비스를 주목하는 이유다.

최근 LG CNS의 구독형 로봇 서비스를 도입한 중소 온라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주문량이 늘었는데 필요한 인력은 구하기 쉽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전부터 로봇에 관심이 있었지만 초기 비용 때문에 도입을 못 하다가 이번에 구독 프로그램을 알게 돼 요청했다"고 말했다.

구독형의 장점은 상황에 따라 서비스 규모를 조절하거나 계약을 마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업체들은 이를 구독형식으로 이용할 수 있어 크리스마스나 명철처럼 처리 물량이 몰릴 때 더 많이 주문해 쓰다가 비수기 때는 반납하는 등 유연하게 로봇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일단 일부분만 설치해보고 효과가 좋으면 더 도입하겠다는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③네이버 사옥처럼 만들어주는 공간 패키지 로봇


자율주행로봇이 네이버 신사옥 ‘1784’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의 경우 로봇 구독 서비스 영역을 '공간'으로 넓혔다. 내년 중 기업의 건물과 사무실 내부에 접목할 수 있는 구독형 로봇 시스템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현재 신사옥인 '1784'와 내년 완공 예정인 세종 제2데이터 센터에서 관련 서비스를 시험 운영 중이다. 네이버 1784에서는 ①배달용 자율주행로봇 ②얼굴인식 입장 시스템 ③사무실 회의록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인공지능(AI)이 적용됐으며, 제2데이터 센터에는 자율주행 셔틀 버스가 다닐 예정이다.

벌써부터 국내외 기업들이 네이버가 내놓을 공간 로봇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5세대(5G) 이동통신, 디지털트윈, 로보틱스 및 자율주행 등 최첨단 기술을 망라한 시스템을 별도의 기술 개발 비용 없이 빌딩에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로봇 서비스 관련해 사옥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옥을 투어하는 전담 조직을 만들고 도슨트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분야, 기간에만 쓰고 반납...로봇 도입 문턱 낮췄다"

산업용 로봇. 게티이미지뱅크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독 방식이 로봇 대중화를 빠르게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적으로 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 기업들은 큰돈을 들여 로봇을 도입했다가 성과를 기대만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도입을 망설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요한 분야나 기간만 쓰는 구독형 상품을 통해 기업들이 손쉽게 로봇을 활용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특히 로봇 자체 활용은 물론 소프트웨어 관리 서비스까지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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