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관계회복 노력 없지만 배우자 이혼 원치 않아"
대법 "장기간 별거… 혼인관계 회복 가능성 없어"
A씨는 아내 B씨와 2010년 결혼해 같은 해 아이를 낳았지만 결혼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두 사람은 사사건건 다투다가 이듬해부터 부부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갈등은 계속되자 A씨는 결혼 3년 만에 이혼소송을 냈다. 아내의 사과로 소송을 취하했지만, 계속되는 갈등에 A씨는 결국 집을 나와 재차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에게 잘못(귀책 사유)이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A씨와 B씨의 별거는 계속됐다. A씨는 아내에게 매달 양육비 50만 원을 보냈고, 아파트 대출금도 갚았다. 아내는 아파트 비밀번호를 바꾸고, 아이가 보고 싶으면 집에 돌아오라고 요구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이혼소송에서 한 차례 패소한 뒤 다시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가 혼인파탄 책임이 있지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당초 1·2심은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 더 있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혼을 거부하는 아내의 '혼인 계속 의사'가 진심인지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봤다. B씨가 이혼을 거부하고 있지만, 가출한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 의사가 확실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이혼 거부'가 자신과 미성년 자녀의 생활 보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있으면 혼인 계속 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고 첨언했다.
재판부는 "남편이 자녀에 대한 면접 교섭 의지가 있고, 양육비를 꾸준히 지급해오고 있다"며 유책 배우자의 잘못이 희석됐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때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상대 배우자의 혼인 계속 의사' 판단 기준과 방법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판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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