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보수 단체 등 매일 오전 집회도
대사에 대한 혐오 공격 방치 우려 높아
경찰은 "신고 집회 현수막 철거 어려워"
10일 부임한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성소수자로 알려지면서 그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미 대사관 앞에 내걸렸다. 대사가 일하는 주변에 영어까지 써가며 그를 모욕하는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즉각 철거가 되지 않고 있다.
12일 오전 기독교시민연대·한국안보전략전국연합 등 극우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미 대사간 앞길에 내건 현수막에는 '우리는 동성애자 미 대사 필립 골드버그의 한국 부임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영어로 쓰여 있다. 임명을 즉시 철회하라는 글도 영어로 적혀 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국에 앞서 볼리비아, 필리핀, 콜롬비아에서 대사로 일한 베테랑이다. 2009, 2010년 미 국무부 대북 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을 지냈고,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1874호 이행을 총괄하는 등 대북 관련 경험도 적지 않다.
직무 역량과 관계없이 개인의 성적 지향을 이유로 부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과없이 표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속한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장예정 사무국장은 "대사 임명에 있어 누구든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며 "더 다양한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국민들도 더 이상 비상식적 주장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대사에 대한 일부의 이런 혐오 공격을 방치할 경우 국제 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는 사안이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현수막에 대해 "미신고된 사안이라면 옥외광고법에 따라 구청에서 철거하겠지만 신고된 집회에 따른 현수막이기 때문에 따로 처리하지 않는다"고 명확한 조치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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