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다시 쓸 결심..." 푸틴, 유럽의 기후 리더십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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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다시 쓸 결심..." 푸틴, 유럽의 기후 리더십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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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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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카스피해 연안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달 26일 독일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가바트∙크루엔=AP∙연합뉴스∙뉴시스

유럽연합(EU)은 '글로벌 리더'를 자처해왔다. "국제사회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겠다"고 호언한 것도, 이른바 '기후 불량국가'를 압박하며 질책한 것도 유럽연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에너지 대란은 그런 유럽연합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유럽 각국이 스스로 공언한 탈석탄·저탄소 정책을 슬그머니 물리면서 독일을 위시한 유럽연합의 기후 리더십에 금이 갔다. '일시적 후퇴'라고 이들은 주장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장기적 후퇴'가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위기" 넘어 "공포"… 유럽, 다시 석탄으로

유럽연합은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무기 구입 자금을 끊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내려 했다.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 수입의 단계적 금지'를 비롯해 6차례에 걸쳐 제재를 가했지만, 혼쭐이 난 건 유럽이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유럽의 약점을 푸틴 대통령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에 에너지 공급을 틀어막았다.

유럽은 난처한 처지가 됐다. 러시아가 대놓고 장기전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제재를 거둘 순 없다. 추가 제재의 효과도 불투명하다.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대안인 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도 당장은 불가능한데, 추운 겨울은 닥쳐오고 있다. 유럽의 선택은 결국 '기후정책의 자발적 역행'이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향하는 열차에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키이우=APF·연합뉴스

기후의제를 선도해온 독일이 역행의 선두에 선 것은 역설적이다. 독일 정부는 이르면 13일(현지시간) 석탄화력발전소 재가동을 위한 법안을 승인한다고 독일 언론 디 벨트가 보도했다. 지난 8일 해당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마자 속전속결로 시행하는 것이다. 독일은 올해 11월 1일까지 가스저장고 90%를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겨우 65% 수준이다.

독일의 에너지 사정은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독일행 가스관 '노스트스트림-1' 운영을 '보수 작업' 명분으로 11일부터 중단했다. 제재 이후 공급량이 평시의 40%에 불과했는데, 아예 끊은 것이다. 독일은 "가스가 영영 끊길 수 있다"며 공포에 떨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스 공급 영구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기후정책을 더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다른 국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네덜란드는 석탄화력발전소 생산량 상한선(35%)을 없앤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필요에 따라 석탄발전소를 최대치로 가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스트리아도 2020년 초 운영을 중단했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를 다시 돌릴 준비를 하고 있고, 프랑스 역시 석탄발전소 재가동 카드를 검토 중이다. 그리스는 2024년까지 석탄 채굴량을 늘릴 것이라고 지난 4월 발표했다.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자리 잡고 있는 유럽 최대의 민간 산업단지 '훽스트'를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촬영한 사진. 독일 정부는 이날 가스 비상공급계획 경보를 현행 1단계인 조기경보 단계에서 2단계인 비상경보 단계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AP·연합뉴스


"일시적 조치"… 기후목표는 달성할 거라는 유럽

해당 국가들은 "기후정책이 완전히 퇴행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2050 탄소중립'(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약속)이 대표하는 유럽연합 공통의 거시적 목표를 훼손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030년까지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지난해 11월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기후협약을 지키겠다고 최근 확인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기후정책 후퇴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조치임을 강조한다. 오스트리아 등은 석탄화력발전소 재가동에 대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것"과 같은 조건을 붙였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26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크루엔 엘마우 성에서 만찬 모임을 하고 있다. 크루엔=AP·연합뉴스


위기 돌려막기 중인 유럽… 국제합의 신뢰도↓

그럼에도 유럽이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미래의 기후 위기'로 돌려 막고 있다는 비판을 벗을 순 없다. 또한 자칭 기후 선진국들이 스스로 리더십에 균열을 내는 상황은 기후 의제와 관련한 발언권을 축소시키고 기후 정책 후발 국가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

전력 사용 7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해 '기후불량국' 취급을 받는 폴란드는 최근 석탄 생산량을 늘리고 '나쁜 품질 석탄 사용 금지 규정'을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기후 선진국의 공개 비판은 없었다. 네이처는 8월호 사설에서 "유럽이 '재생에너지 또는 저탄소 에너지를 쓰라'는 본인들의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중∙저소득 국가들의 탈탄소를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의 기후정책 후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주요7개국(G7) 정상들은 "화석연료에 대한 공공자금 조달을 막자"는 기존 약속을 뒤집고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는 계속 하자"는 새로운 합의를 맺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후목표를 위한 유럽의 합의를 약화했다"고 비판했다.

유럽의회는 최근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친환경 투자기준인 녹색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에 분류하기로 확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예정된 결정이긴 하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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