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초중등 교육 예산 중 일부를 대학 등에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곳곳에 도사린 암초 때문에 계획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원 증원과 급식 단가 인상 등 예산이 필요한 현안들이 불거지면서, 교부금 개편 논의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가 상승에 급식비도 '허덕'… "학생 수 줄어도 급식 예산은 증가"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급식 단가 인상에 대비해 구체적 지침을 마련하라"며 교육부를 압박했다. 전교조는 "6~9%에 달하는 올해 2분기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 가까운 수치로, 학교급식 준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했다. "현행 급식 예산으로는 식자재의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없어 학교급식법이 명시하고 있는 영양 관리 기준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시도교육청이 급식 예산의 50%를 부담하고 있는데, 총액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게 문제다. 교부금 축소로 시도교육청의 재정 여력이 줄어들면, 급식의 질도 악화할 수 있다.
장길자 서울시교육청 급식기획팀장은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학생 1인당 급식 단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물가 상승에 따른 식품비 부담은 물론이고, 인건비와 관리비 인상 탓에 급식 단가 및 급식비 총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급식 예산의 나머지 절반을 지원하는 서울시(30%) 및 각 자치구(20%)와 약 100억 원 규모의 2학기 급식 예산 추가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은 이미 급식 단가를 24%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필요한 교원 늘리는 데 돈 못 쓰게 하면서 예산 남는다는 정부"
교원 증원 문제 역시 교부금 개편 논의의 뜨거운 감자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6~2020년 평균 세출결산 총액의 80.6%는 고정 경비인데, 이 중 인건비는 60.3%에 달한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원 정원을 지속적으로 감축하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오히려 증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교학점제 도입, 과밀학급 해소,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맞춤형 교육 등을 실시하려면 교원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11일 열린 총회에서 '교원 정원 감축 중단을 촉구하는 특별결의문'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미래 교육수요와 지역별 교육 여건을 반영하지 않은 교원 정원 감축에 반대한다"며 "정부가 교원 정원 감축을 밀어붙이면 우수한 교사 자원의 확보도 어려워져 교육의 질마저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초중등 교육 예산을 줄이면 사교육 의존도만 높일 뿐"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예산의 활용과 낭비 실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국민들의 의견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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