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맞아야 증여... 입증할 증거 부족"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측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2,100억 원대 증여세 부과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1-3부(부장 이승한 심준보 김종호)는 12일 신 명예회장이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검찰은 2016년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를 수사하다가 신 명예회장이 2003년 차명 보유하던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 소유의 경유물산에 매각한 사실을 포착했다.
세무당국은 이듬해 "신 명예회장이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어겼다"며 증여세 2,126억 원을 부과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주식 등 등기가 필요한 재산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실제 소유자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명의자에게 증여했다고 보고 주식 가액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하는 제도를 뜻한다. 쉽게 말해, 세무당국이 신 명예회장이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차명 주식을 서씨 회사로 넘겼다고 보고 증여세 납부를 명령했다는 얘기다.
신 명예회장은 2018년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신 명예회장 측은 "주식을 경유물산 명의로 이전한 이유는 명의신탁이 아니라 증여를 위해서였다"며 "롯데홀딩스 주식은 일본법에 의해 발생한 주식이라 한국 법에 의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1심 선고 결과가 나오기 전인 2020년 1월 별세했다. 이에 따라 자녀인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소송을 이어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명의신탁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신 명예회장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 명예회장이 제3자 명의로 돼있던 주식을 경유물산 명의로 이전해야만 할 뚜렷한 동기를 찾을 수 없다"며 "주식을 명의신탁하려고 했다면 배당금 지급계좌를 서씨 측 사람으로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 또한 "신 명예회장이 2003년 경유물산에 주식을 명의신탁한 게 맞다면, 경유물산 측이 주식매매 대금을 신 명예회장 측에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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