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스위스)와 함께 세계 남자 테니스의 ‘빅3'로 군림하는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과 노박 조코비치(7위·세르비아)의 희비는 윔블던에서 엇갈렸다.
조코비치는 10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닉 키리오스(45위·호주)를 3-1(4-6 6-3 6-4 7-6<7-3>)로 제압하며 7번째 윔블던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반면 나달은 복부 부상 여파로 키리오스와의 준결승전을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11일 발표된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을 보면 오히려 나달(4위→3위)이 오르고 조코비치(3위→7위)가 떨어졌다. 조코비치가 지난해 윔블던 우승으로 얻은 포인트(2,000점)를 잃어서다. ATP 랭킹은 매주 월요일 발표하는데, 산정일 기준으로 직전 주간에 열린 대회 성적에 따른 점수를 추가하고 52주가 지난 대회의 점수는 삭감한다.
이를 적용하면 조코비치는 지난해 윔블던 우승으로 얻은 2,000점이 52주가 지나면서 삭감되고 올해 윔블던의 2,000점이 추가돼 점수에 변화가 없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윔블던에서는 아무도 점수를 받지 못했다. 윔블던 주최 측과 랭킹을 산정하는 ATP의 갈등 때문이다.
윔블던 대회를 주관하는 올잉글랜드클럽은 러시아·벨라루스 국적 선수의 참가를 지난 4월 20일 금지했다. 올잉글랜드클럽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권이 선수들의 대회 참가로부터 어떠한 이익을 얻는 것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여 지난 5월 20일 ATP가 반발했다. ATP는 “(참가 금지 결정은) 모든 국적의 선수들이 차별 없이 실력에 따라 경쟁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올해 윔블던 대회에는 랭킹 포인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의 몫이 된 모양새다. 리암 브로디(140위·영국)는 디에고 슈왈츠먼(14위·아르헨티나)을 윔블던 2회전에서 3-2(6-2 4-6 0-6 7-6<8-6> 6-1)으로 꺾었음에도 8계단 밀려났다. 브로디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코비치가 윔블던에서 우승하고도 랭킹은 7위로 떨어졌다. 이건 미친 일”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이게 어떻게 윔블던에 대한 처벌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준결승에서 조코비치와 맞선 캐머런 노리(11위·영국)도 이번 윔블던에서 점수(준결승 720점)를 받았다면 본인의 통산 최고 랭킹인 8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노리는 9일 BBC 스포츠에 “10위 안에 들어 ‘커리어 하이’를 이룰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실망스럽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바뀌는 건 없다. 나는 여전히 높은 시드를 받는다. 브로디 같은 100위권 밖 선수들에게 더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코비치의 순위는 더 내려갈 전망이다. 백신 미접종자인 그는 미국에 입국할 수 없어 내달 2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릴 US오픈에 참가하지 못한다. 지난해 US오픈 결승까지 오른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에 불참해 점수를 못 벌게 된다면 52주가 지난 시점에 1,200점을 또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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