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아베 피격에 한일관계 오리무중
②中 왕이 "냉전 사고 막아야" 견제
③北, 대북 전단에 '대남 도발' 협박
윤석열 정부의 동북아 외교가 동시다발 암초를 만났다.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려던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망으로 격랑에 빠졌다. 이로 인해 우경화 색채가 짙어진다면 우리 정부도 대일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한미일 협력 강화에 맞춰 정부는 중국과의 상황 관리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노골적으로 대중 견제수위를 높이면서 한국은 중간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7차 핵실험 카드를 손에 쥔 채 대북전단을 빌미로 부쩍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양자회담 없는 한일관계, 개선 오리무중
당초 박진 외교부 장관의 이달 일본 방문은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정부는 일정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일본 측과 협의를 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장관 회담이 미뤄진다면 그 다음 수순인 한일 정상회담도 시기를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한덕수 총리와 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비롯한 조문단을 일본에 파견할 예정이다. '조문 외교'를 통해 한일 간 접촉 면을 넓힐 수는 있지만, 추모 열기 속에서 양국의 현안을 논의하는 외교적 진전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적지 않아 보인다.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한일관계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다만 '아베 변수'가 모든 이슈를 삼키는 터라 당장은 기조 변화가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기시다 총리는 정권을 잡았을 때도 아베 전 총리와 큰 차이가 없지 않았느냐"며 "방위비 확충 등 보수 세력을 감안한 정책은 당내 안정과도 관련된 부분이라 발을 빼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일 회담 후 이례적 '中' 언급
내달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관계 역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국무부는 8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3국이 중국발 도전 과제에 대한 관점을 공유했다"고 언급했다. 한미일이 그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앞세워 우회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던 것과 달리 중국을 직접 못 박았다. 우리 외교부가 회담 직후 '중국'을 언급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자유와 평화, 인권의 가치를 거론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미국이 톤을 높인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해 잔뜩 경계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7일 박진 장관과 만나 "냉전적 사고가 이 지역에서 되살아나는 것을 막고, 강대국 대결과 집단정치를 부르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은 셈이다.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특정국 배제가 아니다"라며 중국을 설득해온 우리 정부로서는 난처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실제 중국을 도전으로 인식하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할 필요는 없다"면서 "앞으로 한미일 간 온도차가 생길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北 매체 "대북전단, 연락사무소 폭파로 안 끝나"
북한은 도발 위협을 반복하며 우리 정부를 향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다.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9일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이 남측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재차 주장하면서 "삐라 살포 망동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대응은 2년 전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정권 기관 명의가 아닌 수위가 낮은 대외 선전매체를 앞세우긴 했지만, 전방 지역에서 언제든 무력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협박으로 비칠 만한 대목이다. 북한은 여름 장마철 이후 핵실험 가능성이 낮아지자 이 같은 '말 위협'을 눈에 띄게 반복해왔다. 이에 8월 한미연합군사연습 등을 겨냥한 '맞대응' 성격의 도발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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