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박지원 '10년 인연'
2010년 씨앤그룹 비자금 사건
검사와 수사대상으로 첫 인연
국감·특검·청문회… 호의적 관계
'제보 사주' 의혹 때 각 세우기도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으로 '악연'
국가정보원이 지난 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지목해 전직 수장인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하자, 대통령실은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두고 '자진월북'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면, 북한 입장을 먼저 고려해 귀순 어민의 인권이 침해받았다면, 중대한 국가범죄"라고 밝혔다.
여의도와 서초동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박지원 전 원장이 재차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검찰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박 전 원장 사이의 '10년 인연'이 회자되고 있다.
첫 인연은 좋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010년 대검 중수부 과장으로 씨앤(C&)그룹 임병석 회장의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할 당시, 박 전 원장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박 전 원장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임병석 회장이 구속돼 조사받을 때 윤 검사가 '박지원을 아느냐'고 불라고 해서 임 회장이 고초를 겪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악연으로 시작했지만 두 사람은 이후 서로에게 '귀인'이 됐다. 2013년 여주지청장이던 윤 대통령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을 때, 윤 대통령 답변을 유도한 인물이 박 전 원장이었다. 박 전 원장은 그해 국정감사 우수·모범 의원으로 선정됐다.
국정감사 이후에도 박 전 원장은 종종 윤 대통령을 지원 사격했다. 2016년 '국정농단' 수사 특별검사를 추천할 때 박 전 원장이 박영수 변호사를 특검으로 추천하면서, 좌천돼 있던 윤 대통령은 수사팀장으로 지명될 수 있었다. 당시 수사성과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초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2019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며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좋은 인연으로 남을 것 같았던 두 사람 관계는 지난해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 측이 '제보 사주'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을 공격하자 발끈했다. 그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문제를 내가 국회에서 맨 처음 터트렸다. 그 자료를 다 갖고 있다. 내가 입 다물고 있는 게 본인(윤 대통령)한테 유리하다"며 각을 세웠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달 박 전 원장을 상대로 '윤우진 발언'을 문제 삼아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박 전 원장이 지난 5월 국정원장을 그만둔 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간 김건희 여사가 다른 영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은 꿇리지 않고 좋더라" 등 윤 대통령 부부를 띄워 주며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박 전 원장이 고발되면서 두 사람 관계는 악연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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