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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서훈 운명 검찰 손으로… 직권남용 고리로 청와대 수사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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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서훈 운명 검찰 손으로… 직권남용 고리로 청와대 수사 가능성도

입력
2022.07.08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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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재조사 주문 사건… 기소 예고
국정원 문건 관리 지침 준수 여부가 관건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수사 확대될 수도

지난해 2월 당시 서훈(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당시 서훈(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지목해 전직 수장인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고발하면서 검찰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사건을 언급한 직후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전직 수장들을 고발한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법정행은 정해진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매개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7일 박 전 원장 사건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에, 서 전 원장 사건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에 배당했다. 공공수사1부는 이미 피격 공무원인 이대준씨 유족이 청와대와 해경 관계자를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국정원은 전날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첩보 관련 내부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했다며 국정원법상 직권남용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박 전 원장을 고발했다. 서 전 원장의 경우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합동조사를 조기 종료시킨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 작성)가 적용됐다.

검찰 안팎에선 국정원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부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고발한 만큼 사실관계는 비교적 명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직접 재조사를 지시한 사안이라 검찰이 해당 사실관계에 대해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수사과정에선 전직 원장 2명을 고발하면서 공통적으로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를 두고 검찰과 박 전 원장 등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적폐수사' 당시 직권남용죄를 이미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 전례가 있다. 반면 전직 원장들은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이를 방어 논리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은 원장 등이 직권을 남용해 법률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다. 박 전 원장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주된 혐의는 국정원이 대북 특수정보(SI)를 기반으로 만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첩보 관련 보고서를 직원에게 무단으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국정원 자체 문건으로, 이씨의 월북 의사 관련 정황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초기 보고서로 알려졌다.

공안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부장검사는 "국정원장 직권으로 내부 문건 관리 지침에 어긋나는 지시를 했는지가 혐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문건이 초안인지 완성본인지, 사건에 미친 영향력 등 문건의 중요도와 성격도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서 전 원장의 경우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귀순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국정원의 어선 현장조사 계획이 진행되던 중,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켰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저 정도 사건이면 통상 한 달 정도 조사가 필요한데, 당시 현장조사를 준비하던 중 3,4일 만에 조사가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서 전 원장이 부당하게 조사에 개입했다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검찰은 사건 발생 이틀 뒤 청와대 대책회의가 열렸고, 그 직후 조사가 조기 종료됐다는 의혹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 노영민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안보라인 쪽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수사는 사실상 결론을 정해놓고 돌입했기 때문에 기소 여부보다는 수사 확대 여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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