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언어와 매체·미적분 몰려… 표준점수 더 유리
하위권 늘어나면 평균점수 낮아져 '물타기' 현상
지난달 9일 실시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수험생들이 고득점에 유리한 선택과목을 응시하는 '쏠림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과 동일하게 국어영역에서는 언어와 매체, 수학영역에서는 미적분·기하 등 통상 이과생이 선택하는 과목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6월 모의평가에서 세 가지 수학 선택과목 중 미적분을 고른 수험생 비중은 42.8%로 지난해 6월(37.1%), 9월(39.3%) 모의평가와 수능(39.7%)보다 늘었다.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수험생 비율도 지난해 6월 모의평가의 27.8%에서 지난해 9월 모의평가 29.9%, 지난해 수능 30%, 올해 6월 모의평가 35.9%로 계속 증가세다.
탐구과목 선택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6월 모의평가에선 과학탐구를 선택한 응시생 중 5만6,279명이 언어와 매체를 선택했는데,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는 8만1,332명이 선택해 전년 대비 2만5,053명(44.5%) 늘었다. 사회탐구를 응시한 학생들은 지난해 6월 4만8,773명이 언어와 매체를 선택했는데, 올해는 4,644명 늘어난 5만3,417명이 선택했다. 미적분 응시자는 지난해 6월 7,031명에서 올해 6월 9,878명으로 40.5% 증가했다.
두 과목에 응시생들이 몰리는 것은 표준점수 때문이다. 수험생의 원점수와 평균 성적과의 차이를 보여주는 표준점수는 공통과목 점수에 따라 선택과목 점수를 보정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같은 선택과목을 응시한 학생들끼리 공통과목 평균을 내고, 공통과목보다 선택과목 점수가 낮다면 시험이 어려웠다고 보고, 선택과목에 더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이다.
국어에서는 언어와 매체가, 수학에서는 미적분·기하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선택과목으로 꼽힌다.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언어와 매체, 미적분을 선택해 일반적으로 두 과목 응시생들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도 높다. 미적분, 확률과 통계를 응시한 수험생들이 선택과목에서 같은 점수를 받더라도 미적분을 선택한 응시자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높기 때문에 더 높은 가중치를 받아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응시생보다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점 때문에 언어와 매체나 미적분에 수험생들이 몰리면 이른바 '물타기'가 돼서 점수가 하향평준화될 수도 있다. 언어와 매체 혹은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들의 공통과목 평균점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소장은 "상위권 학생들이 이과 선택과목으로 넘어가면 문제가 없는데 중하위권 학생들까지 선택하면 표준점수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입시학원들은 대체로 문과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과계열 선택과목을 응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하위권 학생들이 어려운 과목을 선택할 가능성은 적다"며 "오히려 상위권 학생들이 점점 더 언어와 매체, 미적분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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