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면세점 인테리어 비용 요구
람정제주개발 거부하자 소송 제기
재판부 "현금으로 지급 근거 없어"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이 만성 적자로 인해 결국 개점 4년 만에 문을 닫는다. 사진은 시내면세점 입구 전경.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관광공사가 제주신화월드 측을 상대로 제기한 100억 원대 시내면세점 영업권 보상비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시내면세점을 개점한 지 4년 만에 150억 원의 손실만 떠안은 채 사업을 철수했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제주지법 민사5부(부장 문종철)는 최근 제주관광공사가 제주신화월드 사업자인 람정제주개발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권 보상비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제주관광공사는 롯데호텔제주에서 운영하던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을 제주신화월드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존 면세점 내부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람정제주개발에 지불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를 람정제주개발이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앞서 2016년에 중문관광단지 롯데호텔제주에 시내면세점을 개점해 운영해오다 2018년 1월 람정제주개발이 운영하는 제주신화월드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관광공사는 '람정제주개발이 기존 면세점 자산을 매수해 매수 비용을 신규 면세점 시설비로 재투자해야 한다'는 협상안을 제안했다. 기존 면세점 자산이란 롯데호텔제주에 있던 시내면세점 인테리어 비용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람정제주개발은 제주관광공사의 제안 대신 신화월드 내 시내면세점에 투입된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전액 부담한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계약 내용을 근거로 람정제주개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어떤 조항을 살펴도 피고인 람정제주개발이 기존 시내면세점의 자산을 취득가액으로 매수해 원고인 제주관광공사에게 그 대가를 현금으로 지급할 의무를 진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계약 과정에서 람정제주개발이 면세점 이전 공사 비용을 지불하고, 제주관광공사의 기존 면세점 자산을 양수할 의무만 부담하는 것으로 상호 간 최종 합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관광공사가 주장하는 채권은 현금 대가가 아닌 매장 공사 비용의 소유권을 이전받는 방법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임대차 계약이 해지된 이상 람정제주개발은 시내면세점의 매장 공사 비용을 지불할 의무만 부담할 뿐이고, 원고에게 기존 면세점 자산을 그 취득가액으로 매수할 의무는 부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이번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앞서 2009년 제주 서귀포시 중문단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국내 최초로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는 지정면세점을 열어 운영해왔다. 이어 2015년 시내면세점 사업에도 뛰어들어 관세청으로부터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고, 이듬해 2월 중문관광단지 롯데호텔제주에 시내면세점을 개점했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큰 기대감에 출발했던 제주 시내면세점 사업은 개점 첫해부터 4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영업 실적이 부진하자 2018년에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신화월드로 이전했다. 이전 이후에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경영은 더욱 악화했고, 적자도 불어나 4년간 누적 적자액만 154억 원에 달했다. 결국 개점 4년 만인 2020년 4월에 시내면세점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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