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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복무 중 하반신 마비됐는데… '상이연금' 못 받는 퇴역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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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복무 중 하반신 마비됐는데… '상이연금' 못 받는 퇴역군인들

입력
2022.07.07 11: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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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 복무 중 사고로 퇴역하고도
상이연금 신청 시효 만료돼 혜택 제외
"軍, 제도 존재 자체 알려주지 않았다"
서명마저 위조... 국방부는 '요지부동'

육군 장교 복무 도중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박영준씨가 2009년 12월 경북 영천 육군3사관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영준씨 제공

육군 장교 복무 도중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박영준씨가 2009년 12월 경북 영천 육군3사관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영준씨 제공

“군이 서명까지 위조하고 나몰라라 합니다. 이대로는 억울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박영준(72)씨는 1974년 10월 강원 육군 A사단에서 장교로 근무할 당시 철조망 설치 작업 도중 차량이 뒤집히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1년 반 남짓 치료를 받다 대위로 전역한 뒤 패혈증이 겹쳐 청력까지 잃었다. 박씨처럼 직업군인이 공무상 부상(공상)으로 퇴직하면 사망 때까지 급여의 일정분(장해 1급은 80%)을 ‘상이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퇴역 후 8년이 지나서야 상이연금의 존재를 안 박씨는 국방부에 ‘퇴직금을 반납할테니 연금을 달라’는 진정을 넣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연금 신청 시한(5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진정을 기각했다. 그는 30년 넘게 국방부와 지난한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서명 위조하고도 국방부는 "지급 불가"

5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박씨처럼 상이연금 수혜 대상이지만 신청 시효가 지나 이를 못 받는 퇴역군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제출 받은 ‘상이연금 신청 및 승인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이연금을 신청한 73명의 퇴역군인 중 절반이 넘는 37명이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이 중 시효 만료로 승인이 거부된 사람이 7명이나 된다.

뒤늦게 상이연금이 문제가 된 건 1970, 80년대에는 이런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군인이 태반이었고, 군 당국도 응당한 권리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퇴직일시금(퇴직금)만 10만5,416원을 받았다. 1969년 베트남전에 파병됐다가 하반신이 마비된 안택우(81)씨 역시 13만4,230원의 퇴직금을 수령했고, 전역 18년 뒤 상이연금을 신청했으나 박씨와 같은 사유로 거부당했다.

여기에 군은 서류까지 위조해 병든 군인들을 두 번 울렸다. 박씨는 참다 못해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그의 퇴직금 청구서 서명마저 ‘가짜’로 드러난 것. 국방부 직원은 당사자 동의도 없이 대리 서명을 했다. 같은 직원의 서명이 다른 군인의 퇴직금 청구서에서도 여럿 발견됐다. 권익위는 “제도를 개선해서라도 구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국방부는 요지부동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박씨 대신 통화한 부인 조경순(69)씨는 “반신불수로 50년을 산 사람한테 나라는 소멸시효가 지났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가슴을 쳤다.

상이군인들 "돈보다 명예 지켜달라"

퇴직금과 상이연금의 혜택 차이는 크다. 군 복무 중 두 다리 운동신경이 마비돼 1985년 전역한 강모씨는 375만3,280원의 퇴직금을 받았으나, 시효 만료를 1년 앞둔 1989년 상이연금을 신청해 승인됐다. 그가 그해 받은 연금액만 퇴직금을 웃도는 435만4,920원이었다. 강씨는 지난해 달마다 144만1,360원씩 총 1,729만6,320원을 받았다.

상이군인들은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귀를 기울여줄 것을 호소한다. 박씨 아내 조씨는 “국방부가 상이군인에게 타당한 예우는 못할망정 왜 두 번이나 상처를 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안씨도 “팔순이 지났는데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느냐”면서 “상이군인이라는 명예를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국회도 상이연금 권리 소멸시효를 규정한 관련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강 의원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예우 시한을 정해 놓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개정안 마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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