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항공권 천정부지…국내는 '예약전쟁'
서울 인근 호텔로 눈 돌리는 '가족 단위 고객'
키즈 상품 있고 코로나19 감염 부담 적어 인기
자녀 2명을 키우는 직장인 오모(37)씨는 여름 휴가를 멀리 나가지 않고 서울 인근 호텔에서 '키캉스'(키즈+호캉스)로 보내기로 했다. 비행깃값이 너무 올라 해외여행은 부담스럽고, 유명 관광지는 수요가 몰려 '예약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의 부담이 덜하고 조식과 수영장 이용 등이 포함된 패키지라 한 건물 안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편하다는 게 오씨가 꼽은 장점이다. 그는 "이미 서울 호텔들이 어느 정도 예약이 차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휴가철을 맞아 제주도, 부산 등 국내 유명 관광지로 여행 수요가 몰리자,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소비자 사이에서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서 휴가 기분을 낼 수 있는 '키캉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유가, 고환율 여파로 해외여행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국내 여행마저 사람이 몰려 자녀를 데리고 이동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 및 수도권 호텔들은 인근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간편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이색 패키지 상품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해외는 비싸고 국내는 '예약전쟁'…키캉스가 대안으로
올해는 애초 엔데믹(풍토병화) 영향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됐으나, 항공권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다시 국내 여행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7, 8월 성수기 국내 숙소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숙소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특히 전국 호텔 예약률이 전년 대비 126% 증가해 호캉스 트렌드가 두드러졌다.
제주도는 이미 포화 상태다. 6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682만6,468명으로 지난해보다 132만4,963명(24%) 늘어났다. 야놀자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여행 심리는 빠르게 회복 중인데 해외여행은 여전히 어려워 국내 휴가 수요가 유독 더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 자녀를 데리고 멀리 이동하기 힘든 가족 단위 소비자들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인근 호텔로 눈을 돌리고 있다. 3, 4년 전만해도 몇몇 서울권 호텔들은 관광지 호텔과 달리 7, 8월을 비수기로 여겼지만, 호캉스가 대중화된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롯데호텔 서울은 어린이 체험형 라운지가 인기를 끌면서 7, 8월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었고, 같은 기간 신라호텔 서울도 객실 예약률이 20~30% 증가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이미 7, 8월 객실 예약률이 95%에 달한다. 반얀트리 서울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숙박 요금이 10% 인상됐는데도 여름 휴가 대안으로 호텔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예약률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골프 강습부터 놀이체험까지…아이템도 각양각색
호텔업계는 물놀이 패키지에서 나아가, 교육 브랜드와 손잡고 어린이의 인지발달에 도움을 주는 체험학습이나 이색 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①메이필드호텔 서울은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짐맥클린의 키즈 골프 강습을 들을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8월 28일까지 선보인다. ②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천연고무로 만든 수공예 장난감과 다양한 놀이학습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을, ③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장난감으로 꾸며진 방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과거 호캉스는 특정 고객에 한해서만 수요가 일었지만, 지금은 가족 단위로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서울 및 수도권 고객뿐 아니라 지방에서 이색 경험을 위해 올라오는 고객도 유입되면서 상품 매출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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