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정부 승인 '양질' 상품 선택 시 자동 운용
작년 295조 연금 적립, 수익률 겨우 2%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도록 하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가 12일 도입된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시행령을 의결했다. 시행령에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디폴트 옵션 도입 이후 상품 출시를 위해 지켜야 할 심의 절차 등이 담겼다. 지금까지 퇴직연금 사업자는 상품 출시를 위해 별도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을 경우, 가입자가 추가로 지시하지 않아도 사전에 동의한 운용 방식에 따라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IRP) 퇴직연금이다. 사업자가 운용하고 퇴직 시 정해진 금액을 제공하는 확정급여형(DB)은 대상이 아니다.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 유형은 △원리금보장상품 △펀드상품 △원리금보장상품과 펀드상품을 혼합한 포트폴리오 상품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디폴트 옵션 상품을 사용자에게 제시하고, 사용자는 하나의 상품을 본인의 디폴트 옵션으로 미리 선정해 두면 기존 상품 만기 시 자동 운용된다. 정부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도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양질의 상품만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의 기간을 고려하면, 10월쯤 첫 디폴트 옵션 상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퇴직연금은 '쥐꼬리 수익률'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95조 원에 달하지만 운용 수익률은 연 2%에 그쳤다. 이미 디폴트 옵션을 도입해 연평균 6~8%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미국·영국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수익률이 저조한 이유는 적립금의 80% 안팎이 원금보장형 상품에 방치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원리금보장형의 수익률은 1.35%에 그친다. 이에 반해 가입자가 운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6.42%에 달했다.
정부는 디폴트 옵션 도입과 함께 상품 관리 방안도 마련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디폴트 옵션 상품의 운용현황과 수익률 등을 홈페이지에 공시해 상품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상품마다 3년에 1회 이상 정기평가를 실시해 안전성도 확보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간 퇴직연금제도는 낮은 수익률 문제 등으로 근로자의 노후준비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디폴트 옵션 도입으로) 수익률 제고뿐 아니라 퇴직연금제도가 근로자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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