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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코리안 정체성 감춘 나... 차별과 싸우는 정치 하겠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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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코리안 정체성 감춘 나... 차별과 싸우는 정치 하겠다”[인터뷰]

입력
2022.07.06 09: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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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일본 참의원 선거 비례대표 후보

이달 10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야당 레이와신센구미의 비례대표로 입후보한 김태영(59) 도요(東洋)대학 교수가 5일 도쿄 이케부쿠로역 동쪽 출구에서 거리 유세를 하다 사진 촬영에 응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이달 10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야당 레이와신센구미의 비례대표로 입후보한 김태영(59) 도요(東洋)대학 교수가 5일 도쿄 이케부쿠로역 동쪽 출구에서 거리 유세를 하다 사진 촬영에 응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성인이 될 때까지 자이니치(在日)한국인이란 정체성을 필사적으로 숨겼습니다. 어머니와 큰형이 심한 차별을 당하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조선인은 뭘 해도 차별당하니 노력해봤자 소용없다’고 좌절했습니다. 세상을 등지려 한 적도 있습니다.”

재일한국인 3세인 김태영(59) 일본 도쿄 도요(東洋)대학 사회학부 교수가 5일 돌이킨 스스로의 어두운 과거다. 그는 일본 야당 레이와신센구미의 비례대표로 참의원 선거(10일)에 출마했다. 정치 첫 도전이다. 그는 과거의 자신처럼 가난과 편견에 시달리며 일본 사회 밑바닥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도쿄 이케부쿠로역 앞에서 나눈 일문일답.

이달 10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야당 레이와신센구미의 비례대표로 입후보한 김태영(59) 도요(東洋)대학 교수가 지난달 18일 규슈 이사(伊佐)시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이달 10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야당 레이와신센구미의 비례대표로 입후보한 김태영(59) 도요(東洋)대학 교수가 지난달 18일 규슈 이사(伊佐)시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재일한국인으로서 어린 시절은 어땠나.

“고향(아이치현 도요카와(豊川)시)엔 자이니치가 많이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차별이 매우 심했다. 20대 시절 재일한국인이란 사실이 드러나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다시 취업한 회사에서는 한국 이름을 쓰겠다고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아파트를 임대할 때도 한국인이라고 거절당했다. 그런 차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좌절하기보다 도전하는 삶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난 것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 자이니치 친구들은 ‘나도 재일동포다’라고 말하며 나의 존재 자체를 기뻐해 줬다. 장애인, 일본의 피차별 부락(천한 취급을 받는 직업·계급의 사람들이 모여 살던 지역) 출신 친구, 여성 해방 운동가, 성소수자 등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과 만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2009년에 국적을 일본으로 바꾸고도 한국 이름으로 선거에 출마했는데.

“국적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참정권 때문이었다. 아무리 일본에 오래 살아도 일본 국적이 없으면 투표권이 없는 ‘방관자’로 살아야 한다. 정치에 직접 참여해 제도를 바꾸는 당사자가 되고 싶었다. 한국 이름을 쓴 것은 내 민족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나를 보고 많은 재일한국인이 당당하고 건강해졌으면 한다는 마음도 있었다.”

이달 10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야당 레이와신센구미의 비례대표로 입후보한 김태영(59) 도요(東洋)대학 교수가 거리 유세 후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이달 10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야당 레이와신센구미의 비례대표로 입후보한 김태영(59) 도요(東洋)대학 교수가 거리 유세 후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정치 도전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해 1월부터 재일 외국인에게 지방의회 참정권을 달라는 인터넷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몇몇 정당과 의원들에게 협조를 구했지만 도와주지 않았다. 외국인은 어차피 투표권이 없으니 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사회 운동은 성(城) 밖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지만, 성 안에서 직접 움직이는 힘 있는 존재가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접 출마하기로 결심했고, 정책에 동의하는 레이와신센구미 공천을 신청했다."

-선거운동을 해보니 어떤가.

“많은 훌륭한 자원봉사자들과 알게 됐고, 많은 재일동포들이 말을 걸어 줘서 행복했다. 선거 현장에서 '네 나라로 돌아가라' '촌(チョン·재일한국인을 비하하는 멸칭)씨, 네가 나갈 차례가 아니야' 같은 혐오 발언도 많이 듣는다. 거리 유세 때 트집을 잡는 사람도 있다.”

-당선된다면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재일한국인뿐 아니라 영주하는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일본에 사는 모든 사람, 특히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다. 교육비와 보육료 무상화, 장학금 상환 면제, 소비세 폐지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한일 관계 쟁점인 강제동원·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견해는.

“피해 당사자 분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 정부가 일본에 요구할 것은 '돈'이 아닌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있었던 일을 있었다고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을 일본에 요구해야 한다. 어두운 역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국가는 세계의 존경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가르치게 해야 한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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