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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고전'...수백 년 시차를 뛰어넘는 울림과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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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고전'...수백 년 시차를 뛰어넘는 울림과 성찰

입력
2022.07.06 11:30
수정
2022.07.06 11:3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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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기원인 몽테뉴의 '에세'
중세 사회 풍속도 소설 '캔터베리 이야기'
페르시아 시성(詩聖) 루미의 '태양시집'


'고전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농담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수백 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울림을 주는 세계 고전들이 꾸준히 출간되는 이유다. 올여름에도 중세의 틀을 깬 소설 등 3편의 고전이 국내 독자를 만난다.

에세 1,2,3·미셸 드 몽테뉴 지음·심민화, 최권행 옮김·민음사 발행·576쪽, 756쪽, 656쪽·각 2만6,000원

에세 1,2,3·미셸 드 몽테뉴 지음·심민화, 최권행 옮김·민음사 발행·576쪽, 756쪽, 656쪽·각 2만6,000원

서점에 소설, 인문, 경영 등과 나란히 한 종류로 인정받는 '에세이'. 그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바로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가 쓴 '에세'다. '에세'는 몽테뉴가 서른여덟 살이 된 1571년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후 20여 년간 칩거하며 쓴 107편의 짧고 긴 글을 엮은 책으로, 지난달 24일 국내 완역본이 출간됐다.

민음사 측은 "'에세' 초창기 버전을 번역한 손우성의 '수상록'(1965)이 있지만, 1592년 몽테뉴가 죽기 전까지 수정을 거듭해 완성된 판본인 보르도본은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불문학자 심민화와 최권행이 총 15년에 걸쳐 번역과 검수 작업을 했다.

종교적 시각에서 혹은 종족과 가문 등 집단적 형태에서 자기 인식을 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중세 시대에 '나의' 생각과 경험을 기술한 몽테뉴의 글은 특별하다. 틀을 깬 이 글의 형식은 현대 에세이 형식의 발아가 됐다. "남의 지식으로 학자야 될 수 있다손 쳐도, 우리 자신의 지혜가 아니면 지혜로울 수 없다" "영혼의 위대함은 커다란 일들이 아니라 평범한 일들 속에서 발휘된다" 등 오늘날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소중한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캔터베리 이야기 상, 하·제프리 초서 지음·최예정 옮김·을유문화사 발행· 576쪽, 492쪽·각 1만5,000원

캔터베리 이야기 상, 하·제프리 초서 지음·최예정 옮김·을유문화사 발행· 576쪽, 492쪽·각 1만5,000원

'에세'가 중세적 세계관을 깬 글쓰기 형식이라면, '캔터베리 이야기'는 중세적 한계를 뛰어넘은 소설이다. 을유세계문학전집 신간으로 최근 발행된 14세기 영국 작가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30여 명의 순례자들이 한 런던 여관에 모여 일종의 이야기 시합을 하면서 시작된다. 귀족과 성직자, 평민, 기사 등 각계각층 인물의 이야기를 고르게 보여줌으로써 귀족 문학 중심의 중세 관습에서 탈피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엄숙한 종교적 분위기를 깨고 통속적 이야기를 과감히 배치했고, 당대 교회의 타락상도 예리하게 포착했다.

이번 신간은 가장 신뢰할 만한 판본으로 여겨지는 옥스퍼드판 '리버사이드 초서'를 국내에서 처음 완역한 것이다. 초서 연구의 권위자인 최예정 호서대 교수가 번역을 맡아 1만9,335행에 달하는 원문의 운문체를 세심하게 복원했다.

태양시집·루미 지음·박은경 옮김·문학동네 발행·172쪽·1만3,000원

태양시집·루미 지음·박은경 옮김·문학동네 발행·172쪽·1만3,000원

'그대 슬픔과 고통을 떨쳐 내려고 / 갖은 생각을 다하지만 / 생각이 바로 슬픔의 근원이라네' 문학동네는 서구 문화권에서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루미의 '태양시집'을 펴냈다. 페르시아 원전을 처음 번역한 책이다.

루미는 명상법인 회전춤 '세마'로 유명한 메블레비 종파(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수피즘 교파 중 하나)의 선구자로 랠드 월도 에머슨, 파울로 코엘료 등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연고를 찾게 하는 책이 아니라 스스로 약이 되게 하는 책"(시인 김민정)이라는 표현처럼, 루미의 시는 자아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원전에 수록된 3,229편의 가잘(소네트·짧은 시로 이루어진 서양 시가) 중 정수인 40편을 엄선해 주제별로 엮었다. 루미에 대한 애정 하나로 현지로 건너가 페르시아어를 배우고 '세마'를 배운 상담심리 전문가이자 예술가인 박은경이 번역을 맡았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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