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앞서는 미국의 인·태 경제동맹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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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앞서는 미국의 인·태 경제동맹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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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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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5월 23일 일본 도쿄 이즈미 가든 갤러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 번영(IPEF) 출범 행사에 참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주도하에 아시아 지역 경제협의체로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전되어갈지, 여기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IPEF는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 및 탈탄소화, 조세 및 반부패 등을 주요 의제로 발표하였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이나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과 같은 기존의 무역투자 중심 지역경제협력체보다 더 광범위한 이슈를 다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대중 경제 및 기술 견제를 위해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줄기차게 강조해 왔고 이것이 아시아에서는 IPEF의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 미국은 2021년 미국·유럽연합(EU) 무역기술위원회(TTC)를 출범시켰다. TTC는 보다 구체적으로 첨단기술 공급망, 기술 표준, 데이터 거버넌스, 녹색기술, 수출통제, 투자심사 등에 초점을 맞추며 미국과 EU 간 기술동맹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미국은 EU와는 기술협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왜 아시아에서는 포괄적 경제협력으로 접근하는 것일까? 왜 아시아판 TTC가 아니고 IPEF인가? 양 지역 내 국가들의 다양성 차이와 더불어 양 지역과 미국 간 경제협력 제도의 진화 과정이 다르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과 EU는 TTC 이전에 1995년 신대서양어젠다(NTA), 1998년 경제파트너십(TEP), 2007년 경제위원회(TEC), 2013년 무역투자파트너십(TTIP)과 같은 일련의 경제협력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기존 제도의 한계가 명백하게 드러날 때, 협력 지속에 대한 공감대에 토대하여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졌다.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과 EU 사이에는 유전자변형생물체(GMO), 철강, 항공,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 쉽게 좁혀질 수 없는 입장 차이를 담은 무역 이슈들이 존재해 왔고 이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전 정부에서 훼손된 미국과 EU 관계의 회복을 고려하기 시작할 즈음 대중국 기술 견제가 주요 당면 과제로 부상하면서 기술에 초점을 맞춘 TTC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었고 TTC 대표들이 미국 피츠버그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피츠버그는 유럽 이민자 카네기가 철강산업으로 일으켜 세웠고 철강산업 사양화 이후 도시재생 과정을 거쳐 지금은 최첨단 기술혁신을 이끄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양측 대표들은 과거 철공소를 리모델링하여 첨단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장소에서 만나 미국과 EU가 첨단기술 부문에서 협력 강화를 약속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였다. 화려한 출범에도 불구하고 TTC 발전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였고 러시아에 대한 공동제재의 형태로 미국과 EU의 대러 첨단기술 수출 통제 강화가 진행되면서 TTC가 기술동맹으로 공고하게 발전하는 발판이 마련된다.

향후 IPEF는 어떤 발전과정을 거치게 될까? 미국이 희망하듯 CPTPP나 RCEP을 압도하는 지역경제협력체로 진화하여 그 안에서 대중 기술견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경제기술동맹으로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유럽에서처럼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하여 새로운 제도를 배태하는 토대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하고 복잡한 이슈를 한데 모아만 놓은 채, 돌 하나로 여러 마리 새를 동시에 잡으려다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실속 없는 껍데기 제도로 남을 것인가? IPEF가 본격적으로 모양을 갖추기도 전에 여러 상념이 앞선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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