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암호화폐로 5조원 빼돌린 '루자 이그나토바'
2019년 텔레뱅킹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사기를 저지른 루자 이그나토바(42)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불가리아 태생의 독일인인 이그나토바에게 속은 각국의 피해자가 300만 명 이상이고, 피해액은 최소 5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FBI는 유령 암호화폐 '원코인'으로 다단계 사기를 주도한 이그나토바를 10대 지명수배자 명단에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최대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의 제보 사례금까지 걸었다. 10대 지명수배자는 '사회에 위협을 가하는 정도' 등을 기준으로 선정된다.
마이클 드리스콜 FBI 뉴욕 지국장은 "이그나토바는 도주 후 동유럽 여러 국가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했고, 성형수술로 외모도 바꿨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이그나토바는 2014년 불가리아에서 암호화폐 업체 '원코인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원코인이 2년 안에 비트코인을 제치고 업계 1위가 되도록 만들겠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면 수수료를 지급하는 피라미드 사기 수법을 이용했다. FBI는 원코인이 블록체인에 기반하지 않은 사실상 가짜 코인이라고 밝혔다.
이그나토바는 175개국 300만 명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40억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받아 빼돌렸다. 한국인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맨해튼 연방검사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에 속한다"며 "이그나토바는 암호화폐 초창기의 열광적인 투기열을 이용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2017년 미 수사당국이 자신을 조사하고 있단 사실을 알아챈 이그나토바는 그리스행 비행기 탑승을 마지막으로 잠적했다. 2019년 미국에서 텔레뱅킹·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됐다. 미 검찰은 원코인 운영을 도운 이그나토바의 동생 콘스탄틴 이그나토바와 돈세탁을 도운 변호사, 다른 원코인 관계자 등을 기소해 재판을 진행 중이다.
최근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이그나토바의 사기 행각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9년 영국 BBC방송이 제작한 팟캐스트 '사라진 암호화폐 여왕'은 35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고, 같은 내용의 영화도 영국에서 제작될 예정이다. 불가리아에선 올해 말 '사기의 여왕'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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