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서평] 메르켈은 어떻게 독일을 '쿨'한 나라로 만들었나

알림

[서평] 메르켈은 어떻게 독일을 '쿨'한 나라로 만들었나

입력
2022.07.01 04:30
14면
0 0
지난해 12월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베를린 총리실에서 16년의 임기를 마치고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서 꽃다발을 건네받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베를린 총리실에서 16년의 임기를 마치고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서 꽃다발을 건네받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메르켈을 그리워할 것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의 첫 장에서 이 문장을 여섯 번이나 반복한다. 2005년 9월 18일 독일 총선 이후 16년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를 뒤쫓아 다녔다는 저자는 “그만이 절대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메르켈을 그리워할 것이라면서 그가 왜 독보적인 정치인이었는지 조목조목 짚는다.

독일 국민들에게 ‘무티(엄마)’라 불리는 메르켈은 독일의 첫 여성 총리이자 최초의 동독 출신 총리, 최연소 총리였다. 여러모로 정치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가톨릭교도에 둘러싸인 개신교 목사의 딸이자 이혼녀이고 동독 출신인 그는 2021년 12월 7일까지 독일의 최장수 총리를 지낸 뒤 높은 지지율에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구 강대국 지도자들이 분열과 대립, 배척의 정치를 펼칠 때 그는 포용 정신에 기반한 합리적 중재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줬다.

메르켈은 경계 위의 정치인이자 경계를 허무는 정치인이었다. 자신과 반대되는 정당과 연립정부를 꾸렸고 미국이 이민자를 막기 위해 벽을 세울 때 난민 100만 명을 받아들였다. 집권 초반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에너지윤리위원회의 ‘원전 폐쇄’ 결론을 받아들여 탈원전 정책을 펼쳤다.

메르켈·마리옹 반 렌테르겜 지음·김지현 옮김·한길사 발행·360쪽·2만2,000원

메르켈·마리옹 반 렌테르겜 지음·김지현 옮김·한길사 발행·360쪽·2만2,000원

저자는 주변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메르켈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리면서 메르켈 리더십의 진면모를 조명한다. 메르켈은 이미지를 연출하지 않았고, 명성을 좇지 않았으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겸손을 잃지 않았다. 남성 우위론자들의 숱한 무시와 빈정거림, 여성혐오 속에서 그는 실용주의, 신중함, 용의주도함, 타협, 도덕적 가치 등을 무기로 자신만의 리더십을 구축했다.

저자는 메르켈이 ‘트럼피즘’과 포퓰리즘, 내셔널리즘, ‘대안적 사실’, 정치적 거짓말이 판치는 세상에서 서구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낸 마지막 수호자라고 평가한다. 저자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메르켈의 리더십 속에서 독일이 “경제적으로 강력하며 정치적으로 온건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적이며 사회적으로 온화한 현대 국가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고경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