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내세운 '요즘것들이 수상해'·'푸어라이크'·'뿅뿅 지구오락실'
소비 트렌드 주도하는 2049 공략
제작진 "궁금증 해소와 신선한 재미를 함께"
'MZ세대'는 안방극장에서 유독 자주 들려오는 용어 중 하나다. 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인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MZ세대는 예능 소재로도 주목받는 중이다.
현재 방영 중인 KBS2 '요즘것들이 수상해'는 MZ세대 관찰 예능이다. '요즘것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프로그램으로, 이경규 홍진경 정세운은 이들의 일상을 관찰한 뒤 대화를 나눈다. 스튜디오에서 MZ세대 출연자들에게 속마음을 묻기도 한다. 여행 유튜버, 이모티콘 작가 등이 '요즘것들이 수상해'를 찾아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는 8일 첫 방송 예정인 채널A '푸어라이크'는 자린고비와 사치를 오가며 '티끌 모아 플렉스'를 실천하는 MZ세대들만의 특별한 소비 라이프를 소개한다. 채널A 측은 프로그램에 대해 'MZ세대들의 특별한 소비 철학을 들어보고 20대부터 60대까지 50인의 판정단으로부터 최대 상금 500만 원을 받는 방송 최초 세대 공감, 소비 공감 토크쇼'라고 이야기했다. 김구라 이지혜 도경완 서태훈 엄지윤이 '푸어라이크'의 MC로 나선다.
MZ세대 스타들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한 예능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tvN '뿅뿅 지구오락실'이다. 나영석 PD는 이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를 찾아 "MZ세대 아이콘인 영지 씨가 탐이 났다"고 밝힌 바 있다. '뿅뿅 지구오락실'에는 이영지 외에도 이은지 미미 안유진이 고정 출연 중인데 모두 MZ세대에 속한다.
MZ세대 예능, 등장 배경은
MZ세대를 조명하는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안방극장을 찾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정보적으로도 궁금하고 예능적으로도 재밌으니 제작진이 이 소재를 안 쓸 이유가 없다"며 "MZ세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예능적 차원에서는 비슷한 인물들이 나와서 비슷한 리액션들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도 많이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뿅뿅 지구오락실'과 나영석 PD의 말을 예시로 이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나 PD는 이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에서 "매너리즘까지는 아니지만 오래 함께했던 편한 분들과 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며 "연령대도 새롭게 젊은 분들로 하고 성별도 여성분들로 한번 꾸려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를 언급하며 "지금은 MZ세대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워 새로운 예능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색다른 리액션과 텐션이 나온다"고 했다.
예능 속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케미스트리 결도 달라졌다. 정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의 나영석 PD는 주로 출연자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MZ세대는 오히려 나영석 PD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런 점이 재미를 선사하는 거다"라고 분석했다.
MZ세대 예능, 그동안 왜 없었나
'요즘것들이 수상해'의 출연자 홍진경은 제작발표회에서 "MZ세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채널A 측은 '푸어라이크'의 첫 방송에 앞서 MZ세대들에 대해 "기성세대들과 달리 개인의 행복과 경험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쓴다"고 설명하며 "MZ세대들의 소비문화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이전에는 예능가에서 MZ세대라는 소재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까. 정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지상파들이 시청률을 위해 주시청층 타깃의 연령대를 높게 잡았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고정 시청층이 중장년이었기에 비교적 나이 많은 출연자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그 관성이 꽤 오래 지속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시청률이 큰 의미가 없다. 시청률보다 화제성이 더 중요하다"는 게 정 대중문화평론가의 설명이다.
MZ 예능, 2049의 마음을 잡아라
중요한 건 시청률 자체가 아닌 2049 타깃 시청률, 그리고 화제성이다. 흔히들 2049 타깃 시청률을 '화제성, 경쟁력 지표', '광고 관계자들의 주요 지표'라고 칭한다. 시청률 자체가 큰 의미를 잃긴 했지만 그럼에도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시청하는지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MZ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프로그램에 나오는 물품들이 이들의 관심을 얻는다면 제품의 성공에도 한층 유리하다. 젊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으면 광고 관계자들의 사랑까지 덤으로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MZ세대를 출연자로 내세운 '뿅뿅 지구오락실'은 젊은 층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첫 방송된 '뿅뿅 지구오락실' 1화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2049 시청률 수도권 평균 1.7%, 최고 2.3%, 전국 평균 1.7%, 최고 2.2%를 기록하며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화제성 또한 높다. 지난달 4주차 굿데이터 TV화제성 비드라마 부문 순위 발표 결과에 따르면 '뿅뿅 지구오락실'이 방송 첫 주만에 1위를 차지했다. 모든 멤버가 출연자 화제성 순위 톱20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모은다. 안유진은 3위를 기록했다. 이영지와 미미가 각각 11위, 17위였고 이은지는 19위를 차지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구오락실'과 관련해 "MZ세대들이 나와서 나영석을 골탕 먹인다. 완전 재밌다" "'신서유기' 여성 MZ세대 버전 같은 느낌이다" 등의 글이 게재됐다. MZ세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출연진과 이들이 만들어낸 케미스트리는 안방극장에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고 이는 프로그램의 인기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프로그램과 관계자들이 광고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을 가능성도 상승했다.
진짜 MZ세대는 공감할까?
물론 MZ세대를 내세운 예능에도 한계는 있다. 모든 청춘들이 안방극장 속 MZ세대의 이미지에 공감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영지가 지난해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남긴 말에서도 이 사실이 드러난다. 당시 그는 "MZ세대는 알파벳 계보를 이어가고 싶은 어른들의 욕심인 듯하다. MZ세대들은 막상 자신들이 MZ세대인 것을 모른다. Z, Y는 그냥 수학 용어인 줄 안다"고 했다.
실제로 20대 여성 황 모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방송 속 MZ세대의 모습을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현실에서 그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능 속 MZ세대 아이콘들의 패션 취향은 존중하지만 그들만큼 트렌디한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30대 남성 박 모 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그는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물건을 구입하며 플렉스를 하는 예능 속 MZ세대의 소비 방식을 존중하지만 공감하긴 어렵다"고 했다. 또한 "예능에서 당당한 MZ세의 모습을 접한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만을 지키기 위한 주장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더 많은 청춘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것은 MZ세대를 프로그램 키워드 중 하나로 내세운 제작진에게 남겨진 숙제다. 앞으로 안방에서 듣게 될 MZ세대의 이야기에도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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