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식 군위군 의원
19년 동안 개인택시 몰다가 군의원 도전
선거 운동원 없어 유세차 직접 운전하기도
개인택시 '달리는 민원 센터'로 활용할 것
"당선되고 나니까 정치 선배들이 하나같이 '네가 될 줄은 몰랐다'고 그래요. 심지어 저를 군위의 후보로 추천한 분도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하하!"
6.1 지방선거에서 군위군 의원으로 당선된 서대식 의원(47)의 말이다. 상황을 보면 "당선된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정치 선배들의 말이 십분 납득이 된다. 선거운동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19년 동안 개인택시를 운영했다. 평소 정치를 하는 선배들과 교류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기는 했지만 큰 단체의 회장을 맡는 등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한 적도 없었다. 그저 개인택시로 열심히 액셀을 밟으며 군민들을 실어 날랐다.
나이도 너무 젊었다. 대한민국에서 소멸위기 1위 지역 군위,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으로 유명한 군위에서 40대면 한참 어린 나이다. 출마 제의를 받고 눈을 둥그렇게 뜨고 이렇게 되물었다.
"제가요?"
선거조직이 있을 리 없었다. 운동원도 없었다. 사무국장 한 명이 전부였다. 진용을 꾸리자니 채비 마치면 선거가 끝날 상황이었다. 모든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선거 유세차량을 운전할 사람도 구하지 못해서 초기에는 직접 차를 몰았다. 이 모습이 주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는지 "보기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동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주민들의 나들이 패턴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잘 알고 있었고, 지리도 훤하게 꿰고 있어서 타 후보보다 훨씬 더 많이 다닐 수 있었다. 서 의원은 "다른 분들이 하루에 10번 유세 연설을 했다면 저는 15번 정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세 시간이 끝난 뒤에는 다시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평소처럼 택시 운전을 하면서 여론을 수렴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또한 택시 운전을 하면서 승객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년들의 역할도 컸다.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주요한 행사나 사업에서 늘 소외되기 일쑤였다. 서 의원은 군위 청년대표나 다름없었다. 그는 "해당 선거구에서 쟁쟁한 정치 선배님들을 제치고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한 것도 모두 친구들과 선후배들 덕분이었다"면서 "청년대표로 열심히 뛰겠다"면서 함께 수고한 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공약도 청년답다. 1호 공약이 '키즈 카페'다. 군위 하면 고령화 지역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젊은 인구의 숫자도 만만찮다. 바로 서 의원 세대다.
"아내가 그래요. 오로지 키즈 카페를 찾아서 대구로 나가는 젊은 엄마들이 많다고요. 군위에 좋은 키즈 카페를 만들어서 대구 엄마들이 군위로 오도록 해야죠. 공기도 좋고, 한우도 맛있고, 정말 쉬어가기 좋은 곳이 군위거든요."
서 의원은 의원 활동을 하면서도 택시 운전을 계속할 생각이다. 겸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주민의 목소리를 듣는데 택시운전 보다 더 좋은 게 없어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민심도 읽고 민원도 접수해야죠. 찾아가는 민원 접수 센터라고 해도 되겠네요. 열심히 부지런히 다니면서 듣고 또 듣겠습니다. 주민 여러분, 서 의원의 달리는 민원 센터, 많이 찾아주십시오!"
조명지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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