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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첫사랑'은 없다...수지 "제 불안과 화, '안나'역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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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첫사랑'은 없다...수지 "제 불안과 화, '안나'역에 담아"

입력
2022.06.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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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새 드라마 '안나'서 유미 역
20년간 거짓 삶 사는 '리플리 증후군' 설정

드라마 '안나'에서 리플리증후군에 빠진 안나를 연기한 수지는 29일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다고 칭찬받던 아이들이 자기가 쓸모없어졌다는 것에 대한 취약함이 있다"며 "유미의 인생을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안나'에서 리플리증후군에 빠진 안나를 연기한 수지는 29일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다고 칭찬받던 아이들이 자기가 쓸모없어졌다는 것에 대한 취약함이 있다"며 "유미의 인생을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쿠팡플레이 제공


수지가 '안나'에 욕심낸 이유

생면부지의 사람을 친부모로 위장해 상견례를 했다. 유미는 이름 뿐 아니라 학력, 배경을 모두 속였다. 고졸로 간신히 들어간 수입 가구 갤러리에서 관장 딸 안나(정은채)의 수행 비서를 하다 받은 모욕이 생의 전모를 거짓으로 바꾸는 도화선이었다. 관장 딸의 이름과 배경을 허락 없이 제 것으로 만든 유미는 20년 동안 숱한 거짓말로 삶을 채운다. 쿠팡플레이의 새 드라마 '안나' 속 수지의 모습이다. 누군가의 첫사랑(영화 '건축학개론')이나 연인(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으로 늘 밝고 청순했던 수지는 없다.

"'안나' 대본을 받고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 새로움에 끌렸죠. 그리고 저 그렇게 밝지 않거든요. '안나' 속 유미의 어두운 모습이 더 제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수지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날 색조 화장을 전혀 하지 않고 흰색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수수한 차림이었다. 운동화를 신은 수지는 드라마 속 20대 유미와 꼭 닮은 모습이었다.

드라마 '안나' 속 유미. 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안나' 속 유미. 쿠팡플레이 제공


상담사 찾아간 수지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이 쌓여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안나의 20년을 보여준다. 단편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는 리플리증후군 설정을 더해 극에 긴장감과 불안을 끌어올린다. 리플리증후군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으며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 배역에 다가가기 위해 수지는 심리상담사를 찾아갔다. "제 생각엔 유미가 우울하고 무기력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상담사분께서 유미의 문제는 불안이고 그 불안 때문에 거짓의 신분이지만 강단에 서서 누구보다 열심히 강의할 수 있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공감됐죠. 거짓말도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수지는 그 불안에 더욱 집중했다. "유미가 완벽하게 리플리증후군이라 보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리플리증후군은 정말 내가 허구의 안나라고 믿어버리는 건데, 유미는 그 과정에서 죄책감을 많이 느끼거든요."

드라마 '안나'에서 유미(수지)가 안나(정은채)가 떨어뜨린 여권을 줍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안나'에서 유미(수지)가 안나(정은채)가 떨어뜨린 여권을 줍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유미 안의 불안과 화, 그게 요즘 우리"

수지는 2010년 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데뷔했고, 이듬해 드라마 '드림하이'로 연기에 도전해 주목 받았다. 그는 무대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아이돌'이었다. 전남 광주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고된 연습생 시절을 거쳤지만, 수지는 데뷔 후 줄곧 탄탄대로를 걸었다. 유미와 정반대의 삶을 산 수지는 유미의 불안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저도 일하면서 늘 불안하거든요. 때론 화도 나고요. 요즘 많은 분들이 그렇잖아요. 그 분노 같은 게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시청자분들도 유미에 공감을 해줄 거라 믿었어요. 저도 유미를 통해 제 불안을 돌아봤고요. 그러면서 한동안 안 쓰던 일기도 다시 쓰게 됐죠."

유미는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에 늘 갇혀 산다. 이 과정을 통해 드라마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를 묻는다. "내가 불행하면 자꾸 타인에 관심이 생긴다". 유미가 한 이 대사는 남녀, 세대 간 혐오로 가득한 불안 사회의 인장 같다. 수지는 "저야 물론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남들이 날 어떻게 보고 있으며 그때 어떻게 행동해야지에 대해 고민한다"며 "드라마에서 유미가 '잘해보고 싶어서' 란 말을 자주 하는데 그 좌절의 정서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고 말했다. 수지는 극 중 고단해 하는 유미를 연기하기 위해 일부러 밤을 새우고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피곤한 모습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었다.


"음악으로 사적인 얘기 계속 남겨두려고요"

수지는 연기 활동 틈틈이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월엔 신곡 '새틀라이트'를 냈다. 그의 첫 솔로 앨범 '예스? 노?' 의 수록곡 '행복한 척' 등 그가 홀로 부른 노래엔 유미처럼 불안과 쓸쓸함이 짙게 깔려 있다. "음악은 제가 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누군가에 들려주고 싶기도 하지만, 날 치유하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그래서 계속 제 이야기를 음악으로 남겨두려고요."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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