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의원 "낙태 입법 먼저 논의하자"
"헌재 결정에 '낙태금지법' 2021년 효력 상실
아직 보완 안돼 입법 서둘러야"
"그동안 6개 법안 발의돼 법사위 상정됐으나
군사법원법 개정에 5, 6개월 소요돼 미뤄져"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 이설아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 합법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한 것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였던 박주민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현재 효력을 잃은 낙태 금지 관련 법에 대해 "국회가 원구성이 되면 이 (보완 입법) 논의부터 서둘러 하자"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헌재 결정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났는데 입법이 안 됐고, 세계적 흐름과 다른 결정도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 확실한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했고, 유전자 문제 발견 등 특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했다. 이를 어길 때 산모는 징역 1년 이하, 의료진은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인공임신중단(낙태)을 처벌하는 형벌규정이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의미는 있지만 어떤 특정한 몇몇 사유를 제외하고는 모든 기관에서의 인공임신중단을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위헌성이 있지만, 바로 효력을 없애지 않고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기존 법을 일단 적용하고, 그 이후부터 조항의 효력을 없애자고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낙태죄 처벌 조항이 효력을 잃었는데도 아직 낙태 결정 가능 기간은 언제까지로 할지, 어떤 사회·경제적 사유를 둘 것인지 등에 대해 정해진 법적 기준이 없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런 상황을 언급하며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원구성되면 가장 먼저 낙태 입법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2020년 12월 31일이 한참 지나는 동안 국회는 뭐했습니까'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그동안 여러 의원들이 대략 6개 정도 법안을 발의했고, 작년 같은 경우에는 법사위에서 심사하기 위해 안건으로 상정됐었는데 그 당시 군사법원법 개정이라고 하는 또 큰 과제가 법사위에 있었다"며 "그게 워낙 조문도 많고 내용도 복잡하다 보니까 심사하면서 대략 5, 6개월 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고, 그 뒤로는 안건 상정이 못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또 "법사위 외부적으로는 이게 정치·사회적으로 굉장히 뜨거운 논란이 될 수 있는 법이라 다들 신중한 입장이었던 것 같다"며 "최근에도 여러 토론회가 열리면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먹는 낙태약 판매 시 처벌... 현장에선 혼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보완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다른 법과 충돌하거나 공백이 생겨 현장에서는 혼란도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먹는 낙태약 판매는 현재 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그건 형법상 낙태죄가 효력이 없어지면서 처벌이 안 될 수도 있다"면서도 "수입 의약품을 판매하려면 식약처나 이런 데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 심사가 진행 안 되고 있다 보니 허가받지 않은 약품이라 구입 및 판매가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심사가 왜 진행 안 되냐'는 질문에 "특별한 이유나 설명은 없었고, 작년에 한 차례 정도 심의한 후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효력을 잃은 낙태금지 관련법의 보완 입법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워낙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사항이라 결론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최근 연방대법원이 그동안 합법이었던 낙태권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적인 흐름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좀 더 보장되는 방향이었고, 그런 흐름을 반영해 우리 헌재가 3년 전에 기존 결정과는 다르게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도 "다만 우리 사회에 굉장히 강력하게 (낙태에)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집단이 있고, 또 거기에 영향을 받는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에 기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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