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이어 외교회담도 미뤄져
강제 징용 '일본 기업' 현금화 판결 임박
그전에 해법 마련 못하면 '레드라인' 넘어
한일 양국이 축배를 들려다 빈 잔만 매만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관계 개선의 동력으로 삼으려던 일정들이 최근 줄줄이 무산되거나 미뤄지는 모양새다. 29, 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하던 한일정상회담이 틀어지자 이에 맞춰 준비한 이벤트에도 힘이 빠졌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한 '민관협력기구'가 대표적이다. 당초 23일 첫 회의를 열려다 나토 정상회의에 맞춰 이번 주로 늦췄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음 주 이후로 연기됐다. 외교 소식통은 "위촉된 일부 위원이 부담감에 참여를 주저하면서 인선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양국 관계의 가교 역할을 하던 의원 교류도 차질을 빚었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을 맡은 다케다 료타 자민당 의원이 27일 방한해 2박 3일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우리 측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출국 전날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아 일정을 취소했다.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가 컸던 한일 외교수장의 만남도 예상보다 시점이 늦어질 전망이다. 내달 7, 8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양국 장관이 회동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한일정상회담이 물 건너간 만큼, 기세를 몰아 열릴 후속회담의 의미가 반감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달 10일 참의원 선거가 예정된 일본은 국내 표심을 의식해 한국을 향해 전향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어려운 처지다.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 됐다. 양국의 마지노선은 8월로 예상되는 대법원의 '현금화' 확정판결이다. 강제매각명령을 내린 원심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미쓰비시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진출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을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으로 지급하기 위한 매각 절차가 시작된다. 한일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갈 '레드라인'이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셈이다.
외교부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는 내달 중순 이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찾는 시나리오다. 다만 8월 대법원 판결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이어서 그사이 한일 양국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모두 만족하는 해법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하고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위변제'가 현실적인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당사자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설득하기엔 시간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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