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 뒤 관광객 41% 늘어
한라산 불법행위 단속도 21% 증가
무질서 행위로 오름 훼손 면적 증가
지난 17일 오후 제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폐쇄회로(CC) TV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국립공원관리소 단속 요원들의 눈에 커다란 배낭을 멘 10여 명의 탐방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색에 나선 단속 요원들은 오후 8시쯤 출입금지 구역인 남벽 통제소 인근에서 개인용 텐트 10여 개를 발견했다. 술까지 가져온 이들은 버너를 이용해 공원 내에서 금지된 취사를 하려다 적발됐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제주도로 관광객이 몰려 들면서, 한라산과 오름, 해수욕장 등 제주 자연 관광지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불법 야영객 등으로 한라산 몸살
몰지각한 관광객들에 의한 피해는 한라산국립공원에서 가장 심각하다. 지난 9일에는 백록담 주변에서 소동이 있었다. 탐방객 9명이 출입이 금지된 백록담 분화구까지 무단 진입한 것이다. 이들은 백록담 서벽을 통해 훼손 위험이 큰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이동했고, 이 중 일부는 분화구 내 연못 주변까지 이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1일까지 한라산을 찾은 탐방객은 42만5,52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만 9,963명)보다 41.8%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월~6월 탐방객 규모(43만 4,280명)를 회복한 것이다. 한라산 탐방객이 늘면서 흡연과 야영·취사, 탐방로 이외 무단 입산 등 위반 행위도 지난해보다 21.8% 늘어난 106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4월 거리두기 해제 뒤 두 달 만에 올해 전체 적발 건수의 절반이 넘는 64건이 적발됐다.
유형별로는 무단 입산 26건, 불법 야영 25건, 흡연 9건, 음주 등이다. 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올해 적발된 불법행위 위반자는 모두 관광객들이었다"면서 "일부는 탐방로 주변에서 대놓고 술을 마시는가 하면, 불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적반하장식으로 따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오름 훼손 면적도 점점 넓어져
제주의 대표적 환경 자산인 오름도 밀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 ‘송이’로 불리는 화산쇄설물이 쌓인 오름은 '답압'(밟아서 생긴 압력)으로 쉽게 무너지는 특성이 있다. 야자 매트 등을 탐방로에 깔아 놓지만, 일부 관광객들이 사진 촬영 등을 이유로 탐방로를 벗어나 금지된 분화구 지역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게 목격된다.
탐방객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풀이 사라지고, 붉은 흙들이 드러나는 등 훼손 면적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이에 훼손 상태가 심각한 물찻오름과 용눈이오름 등 6개 오름에 대해 탐방객 출입을 금하는 자연휴식년제를 시행 중이다.
여름철 대표적인 피서지로 꼽히는 제주 해수욕장 주변 마을도 다음달 1일 개장을 앞두고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늘어나면 주변 상권은 살아나 도움이 되지만, 일부 무질서한 관광객들의 행태로 주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광객들의 쓰레기 투기나 불법 주정차 등으로 유명 해수욕장 주변 주민들은 매년 여름철이면 고통을 받아 왔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에는 보호해야 할 관광 자원이 많은 만큼, 관광객들이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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