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전·가스공사 적자 완화 선택
제도 개선 병행해 연간 최대치 인상 결정
가스료도 연료비 급증 반영 '깜짝' 추가 인상
정부가 전기·가스요금을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물가가 너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전은 올해 7월부터 9월까지(3분기) 적용될 연료비 조정단가가 킬로와트시(㎾h)당 5원 인상하기로 결정됐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한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상승한 국제 유가 등 연료비를 반영해 3분기 조정단가를 ㎾h당 33.6원으로 산정했지만, '분기 최대 ±3원, 연간 최대 ±5원'으로 한정한 규정을 바탕으로 ㎾h당 3원 인상안을 16일 정부에 냈다. 아울러 현실적 여건을 반영해 연료비 연동제 조정폭 확대를 포함한 제도 개선도 요청했다.
정부는 20일 한전에 통보하기로 한 일정을 미룬 뒤 한전 측에 연간 조정한도(±5원)와 분기당 조정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한전은 ①한 분기에 조정할 수 있는 폭을 연간 한도까지 높일 수 있게 약관을 바꾸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재산정 내역과 함께 ②정부에 인가를 신청해 최대치인 5원 인상안을 다시 제출했고, 정부는 해당 약관 개정안을 인가한 뒤 5원 인상을 최종 허용했다.
결국 다음 달 1일부터 월 평균 전력사용량(307㎾h)을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 월 평균 전기요금 부담은 약 1,535원(부가가치세, 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에 한시적으로 취약 계층의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복지할인 대상 약 350만 가구에 대해 할인 한도를 40%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장애인, 유공자, 기초수급,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배려 계층은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에 따른 요금 증가폭만큼 할인 한도를 1,600원 추가적으로 상향해 월 최대 9,600원 할인된 요금을 적용할 방침이다.
가스료 기준원료비 0.44원 추가 인상도
가스요금도 당초 예상보다 더 오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 1일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당 1.11원(서울시 소매요금 기준) 인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당초 정부가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공급 규정' 개정을 통해 확정한 정산단가(0.67원)에 기준 원료비 인상분(0.44원)을 추가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용 요금은 현행 MJ당 15.88원에서 16.99원으로, 일반용(영업용1) 요금은 16.60원으로 조정된다. 인상률은 주택용 7.0%, 일반용 7.2% 또는 7.7%(영업용2)다. 서울시 기준 연중 4인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2,000MJ 기준)이 월 3만1,760원에서 3만3,980원까지 2,220원 오르는 셈이다.
정부가 물가 상승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상 외로 전기·가스료를 올린 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고 한전과 가스공사의 누적 적자 역시 늘어나면서 생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 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도 156조5,352억 원이다. 가스공사도 지난해 말 기준 1조8,000억 원이던 민수용 미수금이 1분기 만에 4조5,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물가 관리 명목으로 계속 요금을 올리지 않았다가는 두 회사의 재무 상태에 심각한 위기가 올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인 것이다.
한편 정부는 앞으로 전기·가스료의 인상 요인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두 회사에 매각 가능한 자산을 팔고, 사업 구조 조정, 긴축 경영 등을 추진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정부가 올 연말 전력수급 계획을 재편하면서 현실적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전기·가스요금 체계를 재정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