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명의로 '미국 책임론' 강조
방역·장마 위기에도 도발 강행 전망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대해 "위선"이라고 비판하며 "강대강, 정면승부 투쟁원칙"을 재확인했다. 잇단 감염병 확산 사태 등으로 인한 내부 위기에도 불구, 한미의 인도적 지원 수용보다는 7차 핵실험을 비롯한 고강도 도발 쪽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외무성은 26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에서 "미 국무성(국무부)의 고위관리들 속에서 '강력한 대응' '단기적이며 장기적인 군사적 대비태세의 조정' 등 협박성 발언들이 때없이 튀어나오고 있다"며 이처럼 규탄했다. 이번 글은 기관 성명 등의 명칭은 붙지 않아 수위 조절이 엿보이지만, 외무성 명의로 발표해 보다 직접적으로 미국을 공격하는 효과가 있다. 외무성은 최근 미국을 비난하는 글을 계속해서 올려왔지만, 대체로 기관 소속 개인 명의 글이었다.
외무성이 언급한 국무부의 대북 대응 방침은 미국이 최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등 계기를 통해 꾸준히 언급해온 것이다. 외무성은 이에 대해 "외교를 전업으로 하는 국무성 관리들이 군부 관계자들이나 입에 올릴 수 있는 '군사적 대응'을 운운하고 있는 데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각을 세웠다. 특히 "미국이 입만 벌리면 외워대고 있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 타령이 얼마나 위선적인 것인가를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 없이 군사력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조치만 취하고 있다며, 한반도 긴장 고조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이번 글은 북한이 준비하고 있는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앞서 미리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외무성은 최근 미국 전투기 등 전략자산이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한 점, 한미일 공개 연합훈련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에서 미국과 상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25일 6·25미제반대투쟁의 날 평양 군중집회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여러 기가 미 국회의사당을 타격하는 선전화가 동원돼,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북한은 감염병 확산, 장마 피해 우려 속에서도 한미와 대화에 나서기보단 무력 도발 '마이웨이'를 걸을 가능성이 보다 커졌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 역시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오미크론 변이형들과 원숭이천연두(원숭이두창)를 비롯한 새로운 전염병의 유입과 전파공간을 철저히 차단하는 데 비상방역사업의 주된 힘이 돌려지고 있다"고 경계심을 보이면서도 "실무적 조치들을 적시적으로 취하고 있다"며 상황 관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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