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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정치가 될 때

입력
2022.06.27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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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음에 올 정치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두 선거를 거치고 각 정당에는 이 질문이 남았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전면적인 혁신을 약속하며 새로운 방향과 가치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이 작업을 누가 잘할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에 대한 평가까지 더해져서 어느 때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진단이 넘쳐나고 있다. 정치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갖고 있던 답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비로소 모두가 체감한 것 같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과 정치 얘기를 하기를 꺼린다. 지지 정당을 밝히고 평가하는 수순으로 이어지기 쉬워서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의 모습이 그래 왔다. 입장과 구호는 강한 반면, 해결책을 모색하고 완결하는 대화와 실천은 약했다. 연구자 김선기는 한 토론문에서 '거대 양당 체제에 의해 돌아가는 권력 싸움으로서의 정치는 과잉된 반면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문제 해결 역량으로서의 정치는 과소하다'는 말로 평가했다.

문제 해결 역량으로서의 정치를 조금 더 풀어 보면 이런 게 아닐까. 다양한 사람의 말에 담겨 있는 요구를 정당이나 진영의 차이로 뭉뚱그리지 않고 요구의 본질을 짚어 보는 것, 다양한 접근 방식과 해결책을 고민하며 지금 당장 가능한 것부터 보완책을 만드는 것, 단숨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그 이유에 대해 투명하게 공유하며 과정에서 경험한 한계를 다음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 정당의 권력을 유지하는 대신 공동체에게 필요한 대안을 더 깊이 있게 고민하는 것. 이렇게 쓰고 보니 더 나은 정치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결국 태도에 관해 논할 수밖에 없다.

권위적인 태도를 가진 상사나 동료와 일할 때를 생각해 보자. 다들 눈치 보기 바빠 새로운 의견을 내지 않고 해결 방안은 권위를 가진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좁혀진다. 태도는 이처럼 개인의 캐릭터를 넘어서 문제 해결의 과정과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학술적으로도 태도는 행동의 배후에서 행동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폭넓게 정의 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되뇌어 본 적이 있을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말을 떠올려 보자. 태도는 기분과 다르게 지속적이다. 특정한 태도를 가지는 건 내가 어떤 위치에 서서 누구와 무엇을 연결하고 싶은지를 일관되게 드러낸다.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건 그래서 내 위치를 점검하고 성찰하는 일까지 포함하는 과정이다.

얼마나 오래 정당 생활을 했는지, 당선 경험이 몇 번이나 있는지 등 지금까지 정치 역량이라 불리는 기준에 비추어 보면 태도는 약하고 모호한 자질로 보인다. 그러나 입장 차이를 넘어서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새로운 정치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 그와 같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논해야 한다. 그 가능성이 젊은 세대에 더 있다고 보는 이유는 권위에 기대기 어려울 수록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설득하기 위해 좋은 태도를 연마할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팀에서 2030 유권자에게 더 나은 정치인의 자격에 대해 물었을 때 나온 답은 이런 거였다. '모르는 것은 배우고 틀린 것을 수정하며 계속해서 배우기', '다양한 관계자와 대화하며 투명하고 쉬운 언어로 전달하기'. 이와 같은 태도를 중요한 자산으로 이야기하는 정치인이 많아지고 정치가 더 이상 입장과 진영의 다툼이 아닐 때 우리는 정치에 대해 더 편히 얘기 나눌 수 있을지 모른다. 태도가 정치가 되어야 하는 때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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