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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박찬욱 감독 "부담감? 현대 상업영화 감독의 숙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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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박찬욱 감독 "부담감? 현대 상업영화 감독의 숙명이죠"

입력
2022.06.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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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한 박찬욱 감독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는 '보편성'

박찬욱 감독이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헤어질 결심'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CJ ENM 제공

박찬욱 감독이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헤어질 결심'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CJ ENM 제공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예를 안고 돌아온 박찬욱 감독이 주연을 맡은 박해일의 순수한 매력을 짚었다. 아울러 앞으로 지향하는 방향성까지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4일 박찬욱 감독은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헤어질 결심'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탕웨이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다. 박찬욱 감독에게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안긴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바 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가 시작되자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에 대한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담백한 어조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과 다르다는 일각의 반응에 대해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이 없다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의 분위기, 스타일이 다르고 처음 일하는 배우들이 나온다. 그런 것들이 다 어우러져서 나온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하고 싶었던 것은 전 영화들보다 더 미묘하고 섬세하고 우아하고 고전적인 영화"라고 설명했다.

배우들 향한 칭찬은 감독에 대한 평가

박찬욱 감독이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헤어질 결심'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박찬욱 감독이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헤어질 결심'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이날 박찬욱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에 크게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부분 감독들은 자신의 평가는 배우를 통해서 받게 된다. 모든 것은 배우를 통해 표현되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잘 했다는 이야기가 감독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박해일과 탕웨이에 대해 사랑스럽다고 말씀해주시니 뿌듯하다"고 답했다.

'스토커' '무뢰한' '아가씨' 등 그간 박찬욱표 사랑 이야기가 대중을 만나왔던 터다. 박찬욱 감독이 갖고 있는 작품관이 사뭇 궁금해졌다. 박찬욱 감독은 "감정을 분출하고 격정적이고 치명적인 이야기가 갈수록 많아진다. 하지만 사람이 다 그렇지 않다. 표현을 못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랑이 더 애틋한 법이다"라고 보통의 연애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모든 것은 '안개'라는 노래에서 시작해요. 노래 속에서도 눈을 뜨라고 하는 가사가 있다. 시야가 흐릿한 상황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려고 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작품은 해준(박해일)과 서래(탕웨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박찬욱 감독은 왜 박해일과 탕웨이를 선택했을까. 박찬욱 감독은 박해일의 필모그래피를 찬찬히 읊었다. 그는 "박해일은 영화 '연애의 목적' 때문에 실제와의 상반된 인상을 갖고 있다. 또 '살인의 추억'에서 모든 것을 감추고 있는 위험한 인상도 있다. 저는 박해일을 오랫동안 봤다. 실제로 박해일이 얼마나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지, 또 투명한 사람인지 알고 있다. 의도가 전혀 없는데도 사람을 자주 웃긴다. '몸이 꼿꼿해서 좋다'는 말은 박해일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 점을 표현하려고 캐스팅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많은 여성 배우가 아닌 탕웨이를 선택한 이유도 특별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색계'와 '만추'를 보면서 탕웨이의 양면적인 아우라에 매료됐다. 박찬욱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탕웨이는 '양립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배우'다.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을 땐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있지만 웃거나 말할 땐 장난기가 있다는 의미다. 박찬욱 감독은 탕웨이의 이런 매력을 영화에 반영하려고 했다. 실제로 '헤어질 결심' 기획 단계에서 탕웨이의 섭외가 이뤄진 후에 각본을 완성했단다는 후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제가 오랫동안 원했던 배우다. 이번이 탕웨이를 기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실제 팬인 김신영, 영화배우처럼 잘 했다

박찬욱 감독이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헤어질 결심'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CJ ENM 제공

박찬욱 감독이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헤어질 결심'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CJ ENM 제공

극중 김신영의 출연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코미디언의 면모를 잠시 내려놓고 연기자로 관객 앞에 나선 김신영은 그야말로 '신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는 박찬욱 감독의 팬심이 작용했다.

박찬욱 감독은 김신영을 두고 "두말할 나위 없는 연기"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행님아' 때부터 팬이었다. 우정 출연 느낌이 나지 않도록 연출했다. 신영씨에게 '유명한 개그맨이 아니고 대학로에서 연극을 10년간 해서 이름을 알린 배우'라는 설정을 줬다. 실제로 경험은 많은데 영화가 처음이다. 코미디언이라는 것을 잊고 잘 연기했다. 촬영장에 오자마자 영화 10편 한 배우처럼 잘하더라"고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배우와 분리될 수 없는 캐릭터, 생명력 가져

이번 작품 뿐만 아니라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이영애), '박쥐'의 태주(김옥빈), '아가씨'의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 등 박찬욱 감독의 작품 속에서는 유독 여성 캐릭터들의 임팩트들이 늘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여성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중점으로 두는 포인트 혹은 키워드를 묻자 박찬욱 감독은 "그런 건 없다. 성별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금자씨는 금자씨 개인으로 생각한다. 배우가 캐스팅되면 그 배우에 맞춰서 배우가 잘하는 것, 보여주지 않았던 면, 이 배우가 더 흥미롭게 보이는 면 등을 집어넣으려 한다. 배우와 분리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든다. 비로소 개성과 생명력을 갖게 된다. 물론 정서경 여성 작가와 일을 하는 것도 크게 작용한다"고 바라봤다.

그런가 하면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서 사랑은 늘 고단하고 쉽지 않은 길을 걷는다. 대다수의 작품들 속 두 연인이 겪는 과정은 마치 가시밭길 같다. 박찬욱 감독은 복수와 사랑 이야기를 만들 때 '인간의 존재'에 대해 깊게 고찰한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처절한 상황을 설정하고 이때 나오는 인간의 속상을 면밀히 전달한다.

"영화를 잘 만든다면 긴 세월 살아남아요. 제 목표는 10년, 50년, 100년 후에도 볼 수 있는, 또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살아남는 보편성을 갖는 영화입니다. 제 영화가 사실주의에 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때론 대중의 기대감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배우들만 내세우고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지만 이제는 체념했어요.(웃음) 그래서 현대 상업 영화 감독의 숙명이라는 것을 느꼈죠."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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