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초, 재정 적자 이유로 무단 폐교
학부모 의견 수렴이나 대책 마련 없어
"학생 학습권, 학부모 교육권 침해 인정"
대책 없이 초등학교를 무단 폐교한 학교법인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서울 은혜초등학교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학교법인 은혜학원과 이사장 김모(62)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은혜학원은 2017년 12월 이사회를 열어 은혜초를 폐교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에게는 "재정적자 누적과 서울시교육청의 폐교 권고 등으로 학교운영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교육청은 폐교에 제동을 걸었다. 은혜학원이 재학생 졸업 계획과 교직원 고용 대책 등을 제출하지 않고 무작정 학교 문만 닫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혜학원은 개학 이후에도 담임교사 배정 등 학사행정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에 재학생 전원이 전학을 결정하면서, 은혜초는 2018년 3월 사실상 폐교됐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학교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 측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무단 폐교를 강행해,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부모들의 교육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였다. 반면 학교 측은 "재정적자 해소 방법이 없어 폐교는 불가피했다"고 맞섰다.
법원은 학부모와 학생들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김 이사장은 관할 교육청 및 학교 구성원들과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폐교를 통보했다"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고려한 적절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학교 측의 '재정난' 주장에 대해서도 "김 이사장이 친오빠를 법인 산하 유치원 행정실장으로 고용하는 등 배임죄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고려하면 재정난은 학생 수 감소 등 외부 요인에만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학교 측이 학생 1인당 300만 원, 학부모에게는 5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또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학교 측은 "김 이사장이 관련 법규들로 권한에 제약을 받았으므로 폐교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사장이 학교법인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또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은혜초를 임의 폐교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며, 이달 30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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