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진상규명 TF, 국방부 방문 조사
"사건 당일 보고 이틀 만에 입장 변화"
이씨, 북한 함정 기관총으로 10여 발 피격 추정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피격사건 진상규명에 나선 국민의힘은 23일 합동참모본부가 사건 당일 청와대에 '이씨의 월북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로 보고를 해놓고, 불과 이틀 뒤에 월북 가능성이 높다고 입장을 180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국민의힘은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또 국방부가 '이씨의 시신이 소각됐다'는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맡은 서주석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개입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 등은 이날 국방부와 합참을 방문해 신범철 국방부 차관 등 당국자들을 만나 2020년 9월 사건 당시 보고 과정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면담을 마친 하 위원장은 "합참의 최초 상황보고는 9월 22일 저녁이었는데, 그때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를 열람했더니 월북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었다"고 밝혔다. 월북 가능성이 낮게 판단된 근거는 △당시 조류가 북에서 남쪽으로 흐르고 있었고 △이씨의 입수 시간이 조업 시간과 겹쳐 주변에 어선이 많아 발각이 용이한 환경이었다는 점이었다. 하 위원장은 "그런데 청와대 보고를 거치면서 24일이 되자 월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합참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TF는 국방부가 '시신 소각' 입장을 번복한 것도 청와대 지시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장은 "2020년 9월 27일 서주석 NSC 사무처장이 국방부에 공문 지침서를 보내 시신 소각으로 확정했던 국방부의 입장을 바꾸라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이틀 뒤 국방부는 "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지만, 한 달 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시신이 소각됐다는 추정을 단언적으로 표현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에 대해 서 전 차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시신 소각이라는 우리 입장과, 부유물 소각이라는 북한 입장을 비교하고 조사하자는 NSC 회의 문건을 배포했을 뿐, 왜곡 지시를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TF 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건 당일 서면보고를 받고도 이씨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했다. 하 위원장은 "이씨가 생존했을 때 18시 36분께 대통령에게 서면보고가 있었는데 해양경찰청과 국방부 모두 '대통령의 구조 지시가 없었다'고 했다"며 "구조 지시뿐만 아니라 아무런 지시 자체가 없었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그 결과 이씨가 북한 함정에 있던 기관총으로 10발 정도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 위원장은 설명했다.
TF에 따르면 사건 당일 유엔군사령부가 운영하는 남북 간 판문점 통신 채널이 가동되고 있었다. 이 채널을 활용하면 북한과 소통하며 이씨를 살릴 수 있었다는 게 TF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서 전 차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이 밤에 벌어졌고, 특수정보(SI)를 확보하는 시차 등의 이유로 상황이 그렇게 비극적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측한 사람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 전 차장은 "실종 첫날 16 차례를 포함해 사건 당일까지 북한이 들을 수 있는 서해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실종자 발생 사실을 알리고 구조를 요청하는 통신을 했다"고 덧붙였다.
TF는 이씨의 월북 판단이 근거가 없었다는 점도 거듭 주장했다. 하 위원장은 "7시간의 대화 내용을 담은 수백 페이지 이상의 방대한 감청정보를 확인한 결과 월북이라는 표현은 딱 한 문장 나온다"고 지적했다. 사건 현장에서 북한군이 상부에 보고하는 과정에 '월북'이라는 표현이 한 번 나왔을 뿐인데, 우리 정부가 섣불리 단정했다는 의미다. 하 위원장은 월북 의사 역시 "이씨가 바다 입수 후 40여 시간이 경과해 몸이 기진맥진하고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월북하겠다고) 답변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 전 차장은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SI 전체를 읽어보면 (월북 판단) 맥락이 이해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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