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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민들레는 어쩌다 미움 받는 잡초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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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민들레는 어쩌다 미움 받는 잡초가 됐을까

입력
2022.06.24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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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디너 '미움 받는 식물들'

민들레. 게티이미지뱅크

민들레. 게티이미지뱅크

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 망초, 비름, 돼지풀, 강아지풀. ‘미움 받는 식물들’, 잡초들이다. 정확히는 저자가 나고 자란 미국에서 미움 받는 잡초들이다. 국내에선 정겨운 인상을 주는 민들레는 어쩌다 미국에서 미움 받는 식물이 됐을까. 잡초라는 개념이 사회·문화·심리적 관점에서 나왔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민들레는 가지런히 정돈된 초록 잔디밭에 흠집을 내고, 집주인의 사회적 체면까지 훼손하는 악당이다. 저자는 잔디밭을 손질하지 않아 민들레가 자라는 걸 보이게 했다는 이유로 이웃에게 협박당했던 일화도 전한다.

딱히 독성이 있는 것도,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지만 민들레는 옥수수, 콩, 밀밭에서도 주요 잡초가 됐다.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사람들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 제초제를 뿌린다. 인간의 모순적 행동 속에서 민들레는 새로운 생존의 방식을 찾아내 살아남았고, 인류의 이동과 함께 지구상의 모든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농업경제학 교수로 30년간 잡초만을 연구해온 저자는 “민들레를 바라보면 어떤 생물도 이보다 발전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한다.

미움받는 식물들·존 카디너 지음·강유리 옮김·392쪽·1만8,800원

미움받는 식물들·존 카디너 지음·강유리 옮김·392쪽·1만8,800원

책은 이처럼 인간과 엎치락뒤치락 씨름하며 멋진 승부를 보여준, 생물계의 악당이자 숨은 영웅인 잡초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잡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도 닮았다. 인간이 환경을 교란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변형시키고 생명력을 강하게 만드는 한편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는 점에서다. 잡초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일은 곧 인류가 환경에 미친 악영향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는 이유다. 저자는 환경과 생태계를 존중하자는 상식적 교훈을 넘어 현대적 삶이 초래하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살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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