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노인범죄 발생비 59.7%↑
성폭력 등 흉악범죄 가장 많이 늘어
"70대도 건강, 형사책임 강화해야"
지난해 4월 부모님과 함께 충남 태안군의 한 식당을 찾은 A양(3세)에게 식당 주인 B씨가 접근했다. B씨는 부모의 눈길이 소홀한 틈을 타 A양을 다리에 앉히고 “엄마 아빠한테 말하면 안 된다”며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다.
올해 4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통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의 경우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의자가 70대 고령이라는 이유로 실형을 부과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었다.
지난달 초등학생을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80대 남성에게도 법원은 고령을 감안,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신상정보 공개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문제는 최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60세 이상 노인범죄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바뀐 범죄 추세와 양형의 괴리를 보완할 판단 기준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새 '노인 흉악범죄' 145% 껑충
23일 대검찰청이 펴낸 ‘2021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전체 범죄의 연령별 발생비(10만 명당 발생 건수) 가운데 61세 이상 노인범죄자 발생비가 59.7%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2012년 1,733.5건이었던 노인범죄 발생비는 2014년 1,939.1건에서 2020년 2,218.9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 범죄 중 흉악범죄(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발생비가 2011년 10.2건에서 2020년 26.2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한 부분이 우려된다. 10년 동안 증감률만 144.8%에 달했다. 강력범죄(폭력ㆍ42.5%), 교통범죄(63.1%) 등 다른 주요 범죄군의 증감률(2020년 기준)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고령사회 맞춰 처벌 기준 세분화해야"
이처럼 고령범죄는 흉포화하는데, 법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강원 원주시에 사는 19세 여고생을 “홀로 살아 외롭다”면서 자택으로 유인해 성추행한 70대 노인에게 법원은 벌금 700만 원을 부과했다. 5월 수원지법도 길을 가던 9세 초등생을 성추행한 노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모두 유기징역 이상을 형량으로 정한 범죄 유형이나, 고령은 곧 선처로 이어졌다.
법조계에서는 이제 고령 정도에 따른 범죄 및 형벌능력의 차이를 감안해 노인범죄자의 책임능력도 세분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노인들이 주로 생계형 범죄를 저질러 법도 선처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지금은 70대도 정신적ㆍ신체적 수준이 높은 만큼 연령대를 나눠 개인의 형사책임 및 교화 가능성을 고려한 양형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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