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가리는 수영복 입지 마"... 프랑스 '부르키니'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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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가리는 수영복 입지 마"... 프랑스 '부르키니' 논쟁

입력
2022.06.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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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행정법원, 착용 허용 요구 기각
종교 자유 vs 세속주의 논란 6년 만 재점화

한 여성이 부르키니를 입은 채 프랑스 칸의 해변을 걷고 있다. 칸=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이 머리부터 발목까지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식 여성 수영복 ‘부르키니’를 공공장소에서 입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종교적 중립성을 위반한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종교 자유’ 대 ‘세속주의 가치 수호’ 구도로 번지면서 프랑스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부르키니 규제 논쟁이 6년 만에 또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은 “공공 수영장에서 부르키니 착용을 허용해달라”며 남동부 그르노블시(市)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은 “종교적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르키니를 금지하는) 규정에 선택적 예외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부르키니는 신체를 완전히 가리는 여성 의상 ‘부르카’와 수영복 ‘비키니’의 합성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신체 부위를 드러내선 안 되는 무슬림 여성들이 수영할 때 착용한다.

부르키니는 최근 몇 년간 프랑스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프랑스는 1905년 일명 ‘라이시테법’을 제정해 정부가 종교에 개입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이 법에 따라 공공기관, 공립학교 등에서 종교적 상징물을 착용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부르키니 역시 공공장소에서의 종교적 중립성을 위반할 뿐 아니라 여성 권리를 억압하는 복장이라고 보고 부정적으로 여겨왔다. 그러던 중 2016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벌인 테러로 반(反)이슬람 정서가 높아지자 부르키니 착용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인권 단체들은 이 조치에 “종교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다”고 맞서면서 갈등은 일파만파 커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논쟁은, 지난달 좌파 성향의 녹색당(EELV)이 장악한 그르노블 시의회가 공공장소에서 부르키니 착용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중앙정부는 곧바로 “프랑스 가치에 반하는 도발”이라며 현지 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날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르노블시는 하급심 판단에 불복, 최고행정법원에 항소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판결이 나오자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원리주의에 대한) 세속주의의 승리이자 공화국 전체를 위한 승리”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루퍼트 콜빌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부르키니 금지는 종교적 편협함과 무슬림에 대한 낙인만 부추길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최고행정법원마저 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부르키니 규제 움직임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역대 최다인 85석을 얻으면서 일약 원내 제3당이 된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RN은 ‘이슬람 선전의 옷’인 부르키니 착용을 확실히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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