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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꿀향이 솔솔… 경북 양봉농가, 3년 만에 꿀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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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꿀향이 솔솔… 경북 양봉농가, 3년 만에 꿀풍년

입력
2022.06.22 16:10
수정
2022.06.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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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채밀량 지난해 4, 5배 수준
역대 최악 지난해는 물론 평년 웃돌아
5월 가뭄이 꿀 생산에 '호재' 역설
지속된 가뭄, 야생화 꿀 생산에 타격 우려

2년 사이 설탕값 2배로 폭등 부담↑
"밀원 한계… 신규진입 신중해야" 지적

꿀벌삽화

꿀벌삽화


국내 최대 양봉지역이 경북지역 농민들이 3년만에 웃었다. 지난 2년간 채밀량이 평년의 20~30%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평년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장마철이나 겨울철 꿀벌 먹이인 설탕 값도 2배로 뛰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표정이다.

경북도와 지역 양봉업자들에 따르면 올해 꿀 생산량은 지난해의 4, 5배로 평년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잠정집계되고 있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6월 초까지 경북지역 벌꿀 1군당 채밀량은 2019년 20.2㎏이던 것이 2020년 7.7㎏, 지난해는 5.9㎏으로 급감했다.

경북도가 최근 상주 군위 청도 등지의 양봉농가를 방문, 한 자리에서 하는 고정식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구두 조사 결과 꿀벌 1군당 채밀량은 24~25㎏으로 평년을 웃돈다. 꽃을 따라 옮겨 다니며 하는 이동식 양봉은 고정식의 1.5배가량 더 채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북 칠곡군에서 고정식 양봉을 하는 이상열(49) 칠곡꿀잼농장 대표는 “연간 채밀량의 3분의 2는 아까시꿀, 나머지는 밤꿀 등 야생화(잡화)꿀인데, 올해는 50군의 꿀벌에서 아까시꿀만 2드럼(1드럼 288㎏)으로 100군에서 2~2.5드럼을 채밀하던 평년의 2배에 육박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올해는 벚꽃, 아까시꽃 등이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피지 않고 순차적으로, 비교적 오랫동안 핀 덕분”이라며 “6월 초부터 가뭄이 극심해 꽃이 시든 경우가 많아 야생화꿀 채취는 기대에 못 미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꿀 생산량이 는 것은 올해 극심한 가뭄도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개화기에 잦은 비와 냉해 등으로 꿀 생산이 급감했는데, 올해는 아까시꽃이 주로 피는 5월에 강수량이 적어 꽃이 많이 폈다”고 했다. 또 예년에는 미미했던 벚꽃꿀 생산량도 아까시꿀의 10% 이상이나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모처럼 꿀 생산이 활기를 보이지만, 마냥 웃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북은 국내 최대 양봉산지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경북지역 양봉 농가는 5,299농가로 전국(2만7,532농가) 대비 19.2%. 사육 꿀벌은 약 53만7,000군으로 20%에 이른다. 하지만 경북도 지난 겨울 꿀벌 실종사태를 피해가지 못했다. 경북도 조사 결과 20~30% 이상의 양봉농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벌꿀 생산은 정상화했지만 생산비가 급증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양봉업자 등에 따르면 설탕 값이 2년여 전 15㎏ 1부대에 8,000~9,0000원 하던 것이 지난해는 1만3,000원, 최근에는 1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설탕은 꽃이 없는 장마철이나 겨울철 꿀벌 식량이다. 벌 1통에 연간 적어도 3부대는 필요하다.

한편 지난 겨울 꿀벌 실종사태는 2년 연속 벌꿀 흉작에 따른 면역력 저하와 이상기상으로 밝혀진 가운데 밀원식물에 비해 꿀벌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양봉농가는 2011년 전국적으로 1만9,387농가에서 10년 만에 2만7,532농가로 거의 1.5배로 늘었다. 사육 군수는 153만1,609군에서 269만7,842군으로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북지역 한 양봉업자는 “가혹한 얘기일 수 있지만 지난 겨울 꿀벌 실종사태는 국내 꿀벌 생태계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며 “대표적 밀원수인 아까시 나무의 세력 약화와 꿀 생산량이 많다는 헛개나무가 해충에 약해 당장 밀원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만큼 양봉업 진입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 양봉농민이 꿀을 뜨기 위해 소비장을 꺼내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양봉농민이 꿀을 뜨기 위해 소비장을 꺼내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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