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 초당파, 80쪽 분량 합의안 공개
'신원 조회 강화·총기 밀매 방지' 등 규제안
1993년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 입법 후 처음
미국이 약 30년 만의 총기 규제 법안 통과를 위한 중요한 첫발을 뗐다. 민주ㆍ공화당 초당파 상원의원들이 21일(현지시간) 총기 규제 합의안을 공개했고, 양당 지도부도 조속한 처리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새 법안에는 신원 조회 강화 및 총기 밀매 방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어린이와 교사 등 21명의 희생자를 낳은 지난달 24일 텍사스주(州) 유발디 롭초등학교 총기 난사 참사 발생 후 총기 규제 여론이 높아지면서 양당이 타협점을 찾은 결과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했던 총기 구입 연령 상향 조정이나 돌격 소총ㆍ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같은 과감한 규제 내용은 빠졌다. 법안이 처리된다 해도 2032년까지만 유효한 한시법 형태여서 총기 폭력의 불씨는 그대로 살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데이트 폭력 가해자의 총기 구입 금지'에도 합의
총기 규제 협상을 담당했던 크리스 머피 민주당ㆍ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80쪽에 이르는 총기 규제 법안을 공개했다. 법안 명칭은 ‘초당파 안전한 공동체법’이다. △18~21세가 총기를 구매할 경우 범죄기록을 조사하고 △위험 인물의 총기를 압류할 수 있는 ‘레드플래그법’을 채택하는 주에 장려금을 지급하며 △지역사회의 정신 건강 및 학교 안전 프로그램에 수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고 △범죄자의 총기 밀매를 금지하고 총기 소지 금지 제재를 어길 경우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지난 12일 원칙 합의 후 정식 조문 협상에서 이견이 컸던 ‘남자친구 허점(boyfriend loophole)’ 문제도 타협을 이뤄냈다. 현행 법에서는 가정폭력으로 유죄 판결이나 금지 명령을 받으면 총기를 살 수 없도록 규정돼 있지만 기혼자, 동거인 등에만 적용됐다. 이에 남자친구를 포함한 ‘가까운 파트너’도 총기 규제 대상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을 두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는 총기를 살 수 없도록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 같은 총기 규제 조치를 위해 약 150억 달러(약 19조4,3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법안이 처리되면 2023년 9월까지만 효력이 발휘되고 연장이나 변경을 위해서는 다시 의회 논의가 필요하다.
"다음 달 4일 전에 입법 완료"... 민주당 계획 청신호
민주당은 다음 달 4일 의회 휴회에 들어가기 전 법안 처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도 “코닌 의원과 동료들이 작성한 법안 내용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공화당 상원의원 10명도 이미 법안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차지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의원 6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최소 숫자는 확보한 셈이다. 이날 처리 절차 개시와 관련된 투표에서도 64대 34로 가볍게 승인됐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와 관련된 연방 차원 법안이 통과된 것은 거의 30년이 됐다. 1993년 돌격용 반자동 소총과 권총 민간인 판매ㆍ소유ㆍ휴대 금지 법안이 10년 한시법으로 의회를 통과하고, 1994년 발효됐으나 2004년 일몰 규정으로 자동 폐지됐다. 이후에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규제 법안 처리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총기 휴대 권리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2조를 들고 나온 공화당 반대로 계속 무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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