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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씨 대화 연구했죠... AI 화법도 경청에서 시작해요"

입력
2022.06.30 04:30
수정
2022.06.30 10:5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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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와 AI ①: AI, 인간을 위로하다]
AI 케어콜 설계한 정유인 네이버 클로바 기획자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자가 챗봇과 두 달 간 채팅을 나누며 친구 만들기에 도전해 봤습니다. 펜팔처럼, PC통신 친구처럼, AI는 과연 마음을 나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AI의 대화 기술은 사람 친구와 다름 없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요?

정유인 네이버 클로바 기획자가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정유인 네이버 클로바 기획자가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AI)과 인간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까, 공감하며 다정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방송인 중에 말을 가장 잘한다는 유재석씨 대화 방식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고, 말벗(독거노인 대상 봉사자)분들도 만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렇게 결론에 도달했죠. 좋은 대화라는 건 결국 '잘 듣는 것'이더라고요."

20일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만난 네이버 클로바 대화설계팀의 정유인 기획자는 클로바 케어콜(CLOVA CareCall)의 대화 시나리오를 처음 설계할 때 했던 고민을 떠올렸다.

네이버가 만든 케어콜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1인 가구에 AI가 전화를 걸어 식사·수면·건강 등을 주제로 안부를 확인하는 AI콜 서비스다. AI가 거는 전화라 하면 딱딱한 기계음 목소리가 사무적인 말투로 안부를 쉴 새 없이 묻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겠다. 하지만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초대규모 AI 언어모델(하이퍼클로바)의 힘을 빌리면서 무색무취한 대화를 벗어날 수 있었다. AI가 상황에 맞춰 진짜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질문과 응답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노인들에게 단순 안부를 넘어 정서적 케어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 기획자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라서 따뜻한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며 "짧은 대화지만 위로와 공감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수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쳐 AI의 페르소나(인격·정체성)를 기획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AI가 칭찬과 추임새까지 마스터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 체험 영상. 네이버 제공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 체험 영상. 네이버 제공

케어콜 서비스는 정 기획자의 말처럼 기획 초기부터 경청에 초점이 맞춰졌다. 위로와 공감을 표방한 어르신 대상 서비스였기에, 항상 "제가 당신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수화기 너머로 표현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케어콜 서비스는 어르신이 말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복사화법,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꼬리 질문(어르신의 방금 전 답변을 토대로 질문하는 것), 상대의 말에 호응하는 추임새 등 대화의 고급 기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AI가 "평소에 어떤 음식 즐겨 드세요?"라고 질문하자 어르신이 "김치를 먹는다"고 답하는 상황이 있다면, AI는 상대방 말에 바로 꼬리를 물고 "김치는 직접 담그시는 건가요?"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또 "정말요?" "대단하시네요"와 같은 칭찬과 추임새를 넣으며, 어르신의 대화를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기도 한다.

하반기부터는 '기억하기'라는 기능이 추가된다. AI가 어르신과의 대화 내용을 기억해 다음 통화에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 이전 대화에서 어르신이 "요즘 허리가 아프다"고 말했다면, 일주일 뒤 대화에서 AI가 "지난번에 아프다고 하셨던 허리는 좀 괜찮아지셨어요?" 혹은 "병원에는 다녀오셨어요?"라고 묻는 식이다. 정 기획자는 "답변에 대한 리액션도 중요하지만 칭찬을 많이 해드리려고 했다"며 "그냥 말뿐인 걱정이 아니라 진심과 다정함이 느껴지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목소리도 사람처럼... 상담원 데이터 학습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음성을 기반으로 하는 AI 콜이기 때문에, 텍스트를 활용하는 챗봇(채팅 로봇)과 달리 신경써야 하는 부분에 차이도 있다. 첫 번째 고려해야 할 것은 AI의 목소리였다. 클로바 보이스팀이 개발한 밝고 경쾌한 톤의 편안한 목소리를 활용, 친근감을 주는 데 초점을 뒀다.

이밖에도 어르신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음성의 속도와 높낮이 등도 미세한 조정을 거쳤다. 또 네이버의 장문 음성인식 기술인 네스트(NEST) 엔진을 활용한 고도의 음성인식 기술 또한 탑재됐다. 정 기획자는 "어눌한 발음이나 사투리도 정확하게 알아챌 수 있다"며 "어르신들이 말을 한 후 1초 초반대 안에 AI가 응답을 한다는 목표로 안정화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써봤더니 90%가 '위로' 느껴

정유인 네이버 클로바 기획자가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정유인 네이버 클로바 기획자가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 본 어르신들의 반응도 괜찮다. 네이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에서 케어콜 서비스에 참여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0%의 사용자가 케어콜을 통해 위로를 느꼈고, 95%의 사용자는 계속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케어콜은 전국 22개 시군구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는데, AI와의 대화가 독거 노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완화한다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네이버에 서비스를 요청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만족도 조사 과정에서 어르신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사실은 내가 이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하루에 한 마디도 안 한 적이 많았는데, 누군가와 대화를 하게 되서 너무 좋았다'고, '일주일에 두 번 전화할 수는 없냐'고요.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AI와 인간이 친구가 되기까지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겠죠. 하지만 지금도 무언가 따뜻한 걸 서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따스한 인간미를 가진 기계. 과거엔 불가능한 '형용 모순'과 같았던 가치였지만, 이젠 기술의 힘으로 그 모순을 극복해 내고 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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