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주담대 2년 사이 2배 넘게 불어나
불법 대출조직, 서류 조작해 대출금 수령
금감원, 불법 대출에 엄정 대응 방침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내집 마련의 꿈'을 잠시 접어야 했던 직장인 A씨. 우연히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100%까지 가능하다'는 광고지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대출모집인은 A씨에게 “일단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A씨는 위ㆍ변조된 서류를 활용해 사업자가 됐고, 전액 대출로 10억 원 상당 주택을 마련했다. 하지만 불법대출이 발각되면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사업자 대출을 빙자한 불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엄정 대응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사업자 주담대 급증에는 불법 대출조직이 관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 규모는 최근 2년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3월 말 기준 사업자 주담대 규모는 12조4,000억 원으로, 2019년 말(5조7,000억 원) 대비 6조7,000억 원(117%)이나 불어났다. 이 가운데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3.1%(10조3,000억 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불법 대출조직이 가짜로 사업체를 만든 뒤 실제 운영되는 것처럼 조작하는 방식으로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매출, 세금계산서 등을 위ㆍ변조해 개인 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저축은행을 통해 대출을 알선하는 식이다. 대출이 성사되면 수수료, 중개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챙긴다. 개인 주담대와 달리 사업자 주담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없어 100%까지 대출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대출 규모를 부풀렸다.
금감원은 불법 대출 증가로 저축은행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 저축은행과 대출모집인을 대상으로 중점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로 주택 담보 가치가 하락하는 데 반해 금리는 오르면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문서 위·변조 등을 통한 작업대출에 가담하거나 연루되지 말아야 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대출을 받은 소비자도 공범으로 간주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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