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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들먹이며 미국 압박하는 러시아..."미 포로 사형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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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들먹이며 미국 압박하는 러시아..."미 포로 사형 될 수도"

입력
2022.06.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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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변인 "사형 선고 안 한다 보장 못해"
용병, 포로 대우 적시한 제네바협약서 제외
의용군 붙잡히면 제3국 분쟁 휘말릴 수도

12일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한 병사가 참호선을 따라 걷고 있다. 미콜라이우=로이터 연합뉴스

12일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한 병사가 참호선을 따라 걷고 있다. 미콜라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생포된 미국인 두 명의 사형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인 생사여탈권을 쥐고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여전히 우크라이나 내에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서 온 수많은 외인 병사들이 러시아에 맞서 총을 들고 있는 만큼, 이들이 포로로 잡힐 경우 또 다른 국가로 갈등이 번질 가능성도 있다.

러, 법 보호 못 받는 ‘용병’으로 판단

20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인 포로 알렉산더 드루크(39)와 앤디 후인(27)에 대한 사형 선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선고되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 수사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출신인 두 사람이 러시아군에 총격을 가하는 ‘불법 활동’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재판이 열리면 재판부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가 두 사람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15일 실종설이 돈 후 처음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러시아가 미국 포로들을 ‘용병(Soldiers of Fortune)’이라고 지칭한 점이다. 러시아의 비인도적 폭력에 분노해 전쟁에 뛰어든 외국인을 병력으로 인정받는 ‘의용군’으로 보느냐, 재정적 이득을 위해 개별적으로 뛰어든 ‘용병’으로 보느냐에 따라 포로의 법적 지위가 달라진다.

1949년 제네바 협약에는 △인도적 대우 △공정한 재판 보장 등 전쟁 포로 권리가 규정돼 있다. 민간인 학살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상대국과의 전투 행위 자체를 두고 기소될 수 없다고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용병은 이 같은 안전망 외부에 있다. 용병 신분으로 붙잡힌다면 러시아에 맞서 교전 행위를 벌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학대·고문 등 비인도적 행위는 물론,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전투에 참전하다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힌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인 알렉산더 드루크(왼쪽)와 앤디 후인. 로이터 AP통신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전투에 참전하다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힌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인 알렉산더 드루크(왼쪽)와 앤디 후인. 로이터 AP통신 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도 “국제법상 군인 지위가 아닌 만큼 생포 시 전쟁 포로로 대우하지 않고 형사처벌 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드루크와 후인에 대한 재판이 아직 열리지 않아 구체적 범죄 행위가 명시되진 않았지만, 가혹한 처벌 앞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포로를 ‘협상 지렛대’로 사용할 수도

다만 러시아가 실제 사형 선고까지 나설지는 미지수다. 미국인 포로 목숨을 앗아가기보단 이들을 협상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도 크다. 미 국무부는 아직까지 러시아에 붙잡힌 미국인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자국민 생명과 인권보호에 민감한 이들이 마냥 방관하긴 어려운 탓이다. 이날 페스코프 대변인의 ‘사형 선고’ 발언 역시, 이들의 생명을 인질 삼아 앞으로 미국과의 논의 테이블에서 우위에 앉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대법원 법정에 러시아군에 사로잡힌 영국인 2명과 모로코인 1명이 철창에 갇혀 있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대법원 법정에 러시아군에 사로잡힌 영국인 2명과 모로코인 1명이 철창에 갇혀 있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지난 9일에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 세력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러시아군과 교전하다 붙잡힌 영국인 두 명과 모로코인 한 명에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들이 ‘용병’으로 러시아군 목숨을 위협했다는 이유에서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르면서 외인 병사들이 계속 포로로 잡힐 경우 또 다른 국가가 외교적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앞서 데이비드 마렛 아메리칸대 공공문제학 부교수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외국인 전투원들을 용병으로 취급하겠다고 한 만큼 (지원자가 속한) 제3국이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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