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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사상 첫 좌파 대통령 탄생… "핑크 타이드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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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사상 첫 좌파 대통령 탄생… "핑크 타이드 몰아친다"

입력
2022.06.20 22:41
수정
2022.06.2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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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 후보, 기업가 출신 경쟁자 꺾고 당선
연금 개혁, 부자 증세, 대학 무상 교육 등 공약
멕시코, 아르헨, 칠레, 페루 이어서 좌파 집권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대선에서 승리한 뒤 수도 보고타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자축하고 있다. 보고타=AFP 연합뉴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대선에서 승리한 뒤 수도 보고타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자축하고 있다. 보고타=AFP 연합뉴스

콜롬비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좌파 대통령이 탄생했다. 오랜 경제 불황과 고질적인 불평등에 우파 집권층을 향한 분노가 터져나온 결과다. 2000년대 초중반 중남미를 휩쓴 ‘핑크 타이드(좌파 득세)’가 20년 만에 또다시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 구스타보 페트로(62) 후보가 득표율 50.48%를 기록하며 47.26%를 얻은 백만장자 기업가 출신 로돌포 에르난데스(77)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환경ㆍ인권운동가 프란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됐다.

페트로 당선인은 승리가 확정된 후 “오늘 우리는 콜롬비아, 라틴 아메리카, 세계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며 “절대 유권자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곧 출범하는 새 정부는 희망, 대화, 이해에 기반할 것”이라며 “농민, 원주민, 여성, 청년 등 일반 대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핑크 타이드 시절에도 우파가 득세했던 콜롬비아에서 정권 교체를 이룬 첫 번째 좌파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청년 시절 좌파 게릴라 단체 ‘M-19’에 가입해 무장 투쟁을 벌인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M-19가 1990년 정부와 평화협상을 통해 제도권 정당으로 변신하면서 페트로 당선인도 중앙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두 차례 하원의원을 지냈고, 2012~2015년에는 수도 보고타 시장을 지냈다. 현재는 상원의원으로 재임하고 있다. 대선 도전은 2010년과 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19일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승리하자 지지자들이 수도 보고타 거리에서 깃발을 흔들며 자축하고 있다. 보고타=AP 연합뉴스

19일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승리하자 지지자들이 수도 보고타 거리에서 깃발을 흔들며 자축하고 있다. 보고타=AP 연합뉴스

페트로 당선인이 승리한 배경에는 정권 심판론과 개혁 열망이 자리잡고 있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콜롬비아는 40%에 달하는 빈곤율과 20%대 청년 실업률, 10% 안팎 인플레이션, 강력 범죄 등에 시달리고 있다. 중도 우파인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의 실정과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이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페트로 당선인은 연금 개혁, 대학 무상 교육, 석탄ㆍ석유산업 축소, 부자 증세, 공공 의료체계 전환 등을 약속하며 민심을 파고들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페트로 당선인의 승리는 오랜 빈곤과 불평등에 좌절한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짚었다.

페트로 당선인은 대미 정책에서도 변화를 예고했다. 콜롬비아는 미국의 오랜 우방으로 여겨졌으나 페트로 당선인은 대선 기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를 주장했고, 미국이 주도하는 마약 카르텔 퇴출 정책에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미 성향 베네수엘라와의 외교 관계를 재개할 의지도 내비쳤다. 페트로 당선인은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계는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의 트럼프’로 불린 에르난데스 후보는 부패 척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선 1차 투표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켰으나, 그 기세를 결선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아들이 연루된 회사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사업체 입찰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도 받고 있다. 에르난데스 후보는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인다”면서 “페트로 당선인이 반부패 공약을 이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남미의 정치 지형은 왼쪽으로 확연히 기울게 됐다. 2018년 멕시코, 2019년 파나마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2020년 볼리비아, 지난해 페루 온두라스 칠레에서 줄줄이 좌파가 정권을 잡으면서 새롭게 ‘핑크 타이트’가 부활하고 있다.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에서도 10여 년 만에 대권 재도전을 선언한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까지 승리할 경우, 사상 처음으로 중남미 주요 6개국(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에 전부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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