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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갈등의 한가운데 서면

입력
2022.06.20 18:00
수정
2022.06.20 18: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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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출근길 답변, 소통에 긍정적이나 일부 부작용
檢 편중 인사, 정치수사 논란에 "뭐가 문제냐"
정치적 논쟁 거리 두고 오로지 민생만 챙기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가장 큰 변화를 든다면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일 것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은 신선하다. 이전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던 풍경이기에 생경하기까지 하다. 소통에 목말라온 국민들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통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정과 절차에서 다소 문제는 있었지만 용산 집무실 이전을 결국 성사시킨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주말 나들이 등 시민들과 접촉면을 늘리는 일정도 교통 통제 논란을 제외하면 긍정적인 면이 많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향이 이런 행보에서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취임 한 달이 지나면서 소통에 대한 부작용도 나타난다. 대통령의 소통은 그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다.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에서 국민들은 그 의미를 파악하고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진의가 왜곡되고 의도와 달리 전달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날것 그대로의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약식 회견은 그럴 소지가 크다.

윤 대통령은 17일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의원 수사가 정치보복 논란을 빚은 데 대해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검찰 편중 인사 문제 제기에 “문재인 정부 때는 민변이 도배질하지 않았느냐”는 답변과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도 똑같이 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얘기다.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대통령 발언의 무게를 생각하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전 정부와는 달리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운동권'을 중용했으니 우리도 검찰 출신을 요직에 쓰고, 그들이 ‘정치보복’ 수사를 했으니 우리도 하겠다는 식으로 국민들에게 들린다면 그 메시지는 잘못된 것이다.

이전 정부 의혹이 있으면 수사해야 하고, 정권의 부당한 압력으로 중단된 것이라면 당연히 파헤쳐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 당위성과는 별개로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 검찰에 수사를 더 하라는 신호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약한 고리는 검찰과의 오랜 연이다. 본인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탈색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자신과 친분이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을 요직에 배치시켜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듣는 상황 아닌가.

권력기관은 늘 성과에 목을 매는 특성이 있다. 여기에 정권 초기라는 상황이 맞물리면 충성경쟁으로 변질돼 의도치 않게 사정(司正) 정국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작업이 진행되면 당장은 지지층을 중심으로 박수가 쏟아지겠지만 머지않아 국민적 피로감이 커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사정 작업은 사회를 위축시키고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는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여태껏 우리 사회에 깊은 골이 파여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도 그런 와중에 닥쳤다.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벌써 차기 대통령 지지도 여론조사가 나오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단숨에 3위에 오른 것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과거가 아닌 앞으로의 성과로 승부를 내야 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살린 ‘경제대통령’이란 말을 듣는 것보다 영광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검찰과 거리를 둬야 한다. 대통령이 정치적 논쟁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벌써 대통령만 보이고 장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답변부터 정제될 필요가 있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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