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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의 위성들

입력
2022.06.20 19:00
수정
2022.07.09 18:5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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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2019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선정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연세대의 '미먼'과 서울대의 '스누그라이트', 조선대의 '스텝큐브-2', KAIST의 '랑데브'의 모습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19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선정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연세대의 '미먼'과 서울대의 '스누그라이트', 조선대의 '스텝큐브-2', KAIST의 '랑데브'의 모습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두 번째 시험 발사에 나선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21일 첫 발사에 나섰지만, 싣고 올라간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올리지 못했다. 이번 두 번째 도전에서는 진짜 인공위성을 700㎞의 지구 저궤도에 올리게 된다. 이번에는 인공위성이 5기나 된다. 발사체가 인공위성을 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지 위성 투입 성능을 검증할 목적으로 개발된 성능검증위성 1기와 4개 대학팀이 각각 개발한 초소형위성 4기가 실린다. 이들은 2019년 열린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최종 임무팀으로 선정되며 누리호 탑승 기회를 얻었다.

우리 발사체로, 우리 인공위성을, 우리 땅에서 발사하는 것을 '우주 주권을 갖는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우주 주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누리호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도 드디어 우주 주권을 확보하게 된다. 그 첫 대상으로 선택된 것이 대학에서 만든 초소형위성(큐브위성)들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대학팀에서 만든 큐브위성이 임무를 성공한 예가 없다.

큐브위성은 대학에서 위성 제작 인력을 양성하는 것과 동시에 학생들이 위성에 대한 실무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만든 큐브위성들이 한 번도 임무에 성공하지 못한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정 발사 시점에 맞춰 진행하도록 설계된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선정되었기에 개발 일정에 쫓겨 우주에서 반드시 검증해야 할 많은 지상 실험 절차들을 모두 지키기에 시간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위성개발은 항상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발사 일정에만 맞춰서 제작을 완료하다 보면, 필수적 지상 실험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빠듯한 예산 때문에 우주급 부품을 사용하지 못하고, 상용급 부품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원인일 수 있다. 큐브위성 경연대회가 열린 지 10년이 되는 지금, 경험도 쌓이고 기술도 성숙해졌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번에는 부디 성공하는 위성이 나올 것이라 믿고 싶다.

4기의 초소형위성 가운데 연세대에서 만든 '미먼'은 미세 먼지를 관측하는 위성이다.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미세 먼지 오염 분포를 관측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물체마다 다양한 파장의 빛이 나오는 원리를 이용해 농작물 작황이나 바다의 플랑크톤을 살펴볼 수 있다. 카이스트에서 만든 '랑데브'는 초분광 카메라로 지구를 관측한다. 서울대에서 만든 '스누그라이트-2'는 GPS를 이용해서 지구 대기를 관측하는 위성이다. 스누그라이트-2는 날씨 예측과 쓰나미 감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선대에서 만든 '스텝큐브-2'는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이용해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열 변화를 볼 수 있다. 폭발 위험이 제기된 백두산 천지를 감시하며, 산불 감시와 잠수함 탐지, 원전 가동 여부 등도 확인이 가능하다.

발사가 성공해도 위성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면 8일에서 14일 정도가 더 걸린다. 성능검증위성이 목표 궤도에 안착하고 이틀 간격에 맞춰 순차적으로 4기의 큐브위성들을 내놓는다. 각 대학에서 만든 지상국에서 이들 위성과의 통신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운용이 이루어진다. 성능검증위성은 첫 번째 교신이 발사 43분 이후 남극 세종 기지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누리호의 우주 수송 능력 확보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우주로 나가야 하는 목적이 뭔지에 대해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주로 나가는 목적을 달성해 주는 것이 바로 인공위성이다. 누리호 인공위성들이 무사히 궤도에 안착하고 임무에 성공하길 기원한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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