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영연맹, 12세 전 성전환만 허용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 등 참가 불가
"다양·포용성, 차별금지 어긋나" 반발
다른 종목에도 형평성 논란 거세질 듯
국제수영연맹이 성전환 수영 선수의 여성 경기 출전을 사실상 금지하기로 했다. 사춘기 이후에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선수는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 등 성인 엘리트 대회에 나설 수 없게 한 것이 새 조치의 골자다. '경기력 형평성'과 '인권·자유 존중' 사이에서 수영 종목 경기대회를 관리하는 국제적인 조직이 일단 전자를 택한 것이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용인하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국제수영연맹은 임시총회에서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나 12세 이전에 성(性)을 바꾼 선수만 여성 경기에 출전하도록 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152개 회원국 가운데 71%가 찬성했다. 후세인 알무살람 연맹 회장은 “선수들의 권리와 경쟁의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연맹은 대신 트랜스젠더 선수를 포함하는 ‘열린 경쟁 부문’ 신설을 제안했다. 정규 대회 출전은 막지만 ‘이벤트성’ 경기 참여는 열어둔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는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리아 토머스(22)가 3월 미국대학스포츠협회 대회에 출전해 여자 자유형 500야드(약 457m) 종목에서 우승, 생물학적 성을 바꾸지 않은 시스젠더 선수와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지 석 달 만에 나왔다. 펜실베이니아대학 남자 수영부 시절 전국 460위권에 머물던 토머스는 2019년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성을 바꿨다. 이후 같은 대학 여성 수영부로 옮긴 뒤 성적이 급상승했다. 영국 가디언은 “토머스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하고자 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영국 올림픽 수영 대표 출신 섀런 데이브스는 트위터에 “공정성은 스포츠의 기본”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성소수자(LGBTQ) 선수 옹호단체 ‘애슬리트 앨리’는 “차별적이고 비과학적 결정”이라면서 “성 정체성과 다양성에 기초한 포용성, 차별 금지에 대한 IOC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 "당연한 권리"냐 "불공정"이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선수의 대회 출전은 수년간 국제 스포츠계를 달궜다. 운동 능력과 근력에서 생물학적 우위를 갖는 이들이 시스젠더 여성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지난 17일에는 국제사이클연맹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규제치를 높이는 등 성전환 선수 출전 기준을 강화했다.
2년 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성전환 선수 출전 찬반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비슷한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며 “국제 스포츠기구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길은 ‘스포츠중재재판소' 제소뿐”이라고 설명했다.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대회 출전 자격이 법정 공방으로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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