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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개선, 조급함 버려라

입력
2022.06.21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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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AFP 연합뉴스, 오대근 기자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AFP 연합뉴스, 오대근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월 중·하순에 일본을 방문한다"는 언론 보도가 지난달 말 나왔다. 6월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다음 달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정상회담을 하려 들 것 같지 않은데, 윤석열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감은 적중했다. 박 장관의 일본 방문은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스페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만남은 잠깐 서서 대화하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산케이는 한국이 강제동원 소송 해결책도 내놓지 않았고 독도 주변에서 해양조사를 했다며 “(정상회담)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윤석열 정부는 정상회담을 간절히 원하지만 일본 정부는 전혀 급하지 않다는 투였다. 아사히도 “(두 정상이) 잠깐 서서 말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식 회담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조급해야 할 이유는 없다. 과거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의 대화를 거부했을 때 미국은 한국에 한일 관계 정상화를 압박했고 결국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가 이뤄졌다. 반면 이번 국면에선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쪽이 일본이다. 최근 일본 언론은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부각시켜 보도했지만, 정작 기시다 총리야말로 지난해 중의원 선거, 올해 참의원 선거 등 국내 정치 때문에 한국과 본격적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 보상 현금화 문제는 서둘러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연로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면서 한일 관계도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정부가 학자 및 국민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끊임없이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는 일본 정부에 피해자와 한국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라고 해야 한다. 동아시아 안보 위기 속 한일 양국이 한 발씩 물러서 관계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대일 관계를 파탄 냈고 우리는 이를 되돌려야 한다”는 레토릭만 앞세워 지나치게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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