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정이 19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회조직위원회 제공
“한국여자오픈 우승 트로피에 이름이 새겨져 골프 역사에 남는 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사막여우’ 임희정(22)이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에서 72홀 최저타 기록을 갈아치우며 정상에 섰다.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5번째 우승이다.
임희정은 19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적어내며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5번째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위 권서연(21ㆍ13언더파 275타)을 무려 6타차로 따돌린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특히 '269타'는 이 대회 역대 최저타수다. 전날 54홀 최소타(200타) 기록 경신에 이어 이틀 연속 신기록 행진을 했다. 종전 기록은 2018년 오지현(26)과 지난해 박민지(24)의 '17언더파 271타'였는데, 이것을 2타나 줄였다.
데뷔 시즌이던 2019년 3승, 지난해 1승 등 통산 4승을 기록 중이던 임희정은 시즌 첫 승과 함께 개인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작년 8월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우승 후 11개월 만이다. 메이저 타이틀은 2019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이후 두 번째다. 아울러 우승 상금 3억원을 적립하며, 단숨에 박민지(4억9,403만원)에 이어 상금랭킹 2위(4억619만원)로 도약했다.
임희정은 지난 4월 교통사고를 당해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었다. 교통사고 이후 출전한 6개 대회에선 기권 1회, 컷탈락 1회에 그쳤고, 특히 KLPGA 챔피언십에서는 1라운드만에 기권했다. 10위 이내 입상도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3위) 한번 뿐이었다. 근육이 빨리 뭉치는 등 후유증이 여전했다고 한다. 임희정은 그러나 “몸컨디션은 썩 좋지 않지만, 이번 대회만 견디자”며 투혼을 발휘했고, 결국 최고 권위의 한국여자오픈에서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임희정이 19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4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대회조직위원회 제공
3라운드까지 6타차 단독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라운드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지키려는 생각은 아예 없었다. 최종 스코어 20언더파가 목표였다”는 임희정은 첫 홀부터 공격적이었다. 1번홀(파5)과 2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고, 이후 7번홀(파5)에서 버디를 또 추가했다. 후반에도 11번홀(파3) 버디를 낚으며 멀찌감치 달아난 임희정은 15번홀(파4)에선 이날 경기 유일한 보기를 기록했다. 임희정은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같다. 경기가 끝나고 보니 목표한 20언더파에서 한 타가 부족해 15번홀 보기가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후발 그룹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터라 우승 가도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임희정은 나머지 홀을 모두 파 세이브하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올 시즌 3승이 목표라는 임희정은 “여러 가지를 도전해보고 싶은데 우선 2주 연속 우승과 나머지 메이저대회 우승을 해보고 싶다”면서 “특히 신인 때부터 얘기했던 한화클래식 우승도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도전과 관련해서는 “하반기에 LPGA 대회에 출전하려고 했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올해는 국내 대회만 나가기로 했다”면서 “그래도 LPGA 투어 도전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인 권서연은 버디 5개에 보기 1개 등 4타를 줄이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위에 이어 이번 시즌 두 번째 준우승이다. '디펜딩 챔피언' 박민지는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지난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 이어 이날 시즌 세 번째 타이틀 방어 도전에 나섰으나 끝내 임희정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3위에 만족해야 했다. 또 김수지(26), 이가영(23), 김희준(22)이 공동4위(11언더파 277타)에 올랐다. 투어 2년 차 김희준은 프로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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