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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이 끓는다... 폭염과 에너지대란 만나 '지구촌 블랙아웃'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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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이 끓는다... 폭염과 에너지대란 만나 '지구촌 블랙아웃' 우려

입력
2022.06.20 00: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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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초여름 6월에 섭씨 40도 폭염
스페인, 가뭄으로 강 수위 낮아져 수력발전에 비상

18일(현지시간) 스페인의 북부도시인 자모라에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덮친 가운데 산불이 발생하자 소방관들이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 자모라=AF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스페인의 북부도시인 자모라에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덮친 가운데 산불이 발생하자 소방관들이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 자모라=AFP 연합뉴스

낮 기온이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유례없는 폭염이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지구촌을 덮쳤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 사정은 다소 다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한 와중에 냉방 수요 폭증이 겹치면 에너지대란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발렌시아, 6월 기온 사상 최고... 미국은 '열돔' 현상


1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더위에 지친 한 남자가 분수대의 물로 몸의 열을 식히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더위에 지친 한 남자가 분수대의 물로 몸의 열을 식히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페인과 프랑스 등 유럽은 때 이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는 17일 최고기온이 섭씨 39도에 육박했다. 1950년 이후 6월 기온 중 사상 최고치다. 스페인 남서부 안두하르에선 같은 날 기온이 44.2도까지 치솟았다. 프랑스 남부 르벨(40.2도), 피소스(41.7도)의 기온이 40도를 돌파하는 등 도시 수십 곳이 역대 6월 최고기온 기록을 줄줄이 경신했다.

미국, 인도 등도 마찬가지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에선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뜨거운 공기가 갇히는 ‘열돔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이번 주 기록적 폭염이 예고됐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와 미시건주 시카고의 17일 기온은 각각 30도와 21도였으나, 20일 이후에는 37.7도와 36도를 찍을 전망이다. 지난 3월 122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닥친 인도에선 지난달에도 수도 뉴델리의 기온이 49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때 이른 폭염 발생이 온난화 위기가 현실화하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열돔 현상도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가 제트 기류에 영향을 주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프리데리케 오토 기후 전문가는 “온난화로 유럽의 폭염빈도가 100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고, 스페인 기상청은 "매해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첫날이 지난 71년 사이 한 달이나 앞당겨졌다"고 분석했다.

냉방수요로 전력난 가중...도시 전체 블랙아웃 가능성도


지난 17일 영국의 휴양도시인 본머스의 해변이 더위를 피해 나온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다. 본머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7일 영국의 휴양도시인 본머스의 해변이 더위를 피해 나온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다. 본머스=로이터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에너지 수급 불안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폭염에 따른 전력난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더욱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선 이달 기온이 평년보다 7~10도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자, 전체 전력의 70%를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소(원전) 중 일부가 가동 중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폭염으로 강물 수온이 급격히 높아지면 원전 냉각수로 끌어다 쓸 수 없어서다. 스페인도 수력발전이 전체 전력의 10%를 차지하는데, 가뭄으로 강물 수위가 낮아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선 대규모 블랙아웃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오하이오주에선 지난 15일 18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일시 중단됐다. 전력수요가 예비전력량을 넘어서려 하자 전력 공급을 강제로 차단한 것이다. 전력망은 지역끼리 연결돼 있어서 한 지역에서 발생한 블랙아웃이 도시 전체로 번질 수 있다.

전깃값 폭등 조짐도 있다. 이달 15일 전력 수요가 몰리면서 미국 시카고에서 워싱턴까지 공급되는 전력 단가가 메가와트시(㎿h)당 180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2018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영국 블룸버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전력 사용량 급증은 불가피하다”며 “전쟁과 가뭄, 코로나19 등으로 혼란을 겪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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