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마침내 모든 걸 다 가졌다. 그간 세 차례 우승,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올스타전 MVP 등 화려한 경력에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늘 주인공이 되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지만 이번엔 마지막에 가장 빛나는 별로 우뚝 섰다.
팀 통산 7번째 우승을 안기면서 챔프전 MVP 이력을 추가한 커리는 이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급 경력을 완성했다.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NBA 사상 최고 선수 논쟁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커리는 1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TD가든에서 열린 2021~22 NBA 보스턴 셀틱스와 챔피언결정(7전4승제) 6차전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4점(7리바운드 7어시스트)을 올리며 팀의 103-90 승리를 이끌었다. 장기인 3점슛은 11개를 던져 6개를 적중시켰다
이로써 4승2패로 시리즈를 끝낸 골든스테이트는 4년 만에 ‘왕조의 귀환’을 알렸다. 아울러 최근 8시즌 동안 네 차례나 우승하며 2010년대 이후 최강 팀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챔프전 최다 우승 기록(18회)을 보유 중인 보스턴은 14년 만의 패권 탈환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 챔프전은 커리를 위한 무대였다. 커리는 시리즈 동안 평균 31.2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해 만장일치로 챔프전 MVP에 뽑혔다. 5차전에서 3점슛을 한 개도 넣지 못해 자존심을 살짝 구겼지만 경기당 평균으로는 5.2개를 꽂았고, 성공률은 43.7%에 달했다.
이번 수상으로 커리는 오랜 시간 쌓였던 한을 풀었다. 이전까지 팀이 세 차례 우승할 때 늘 주역으로 뛰었지만 유독 챔프전 MVP와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5년 우승 당시 커리는 평균 26점 6.3어시스트로 돋보였지만 MVP는 상대 에이스 르브론 제임스(당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막은 안드레 이궈달라에게 돌아갔다. 2017년과 2018년에는 ‘득점 기계’ 케빈 듀란트에게 밀려 MVP를 연거푸 놓쳤다.
이후 커리는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듀란트의 이적, 클레이 탐슨의 부상 이탈 등으로 팀이 흔들리며 2019~20시즌과 2020~21시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 챔프전은 흠집 난 자존심을 세울 기회였다.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코트를 누빈 커리는 5차전을 제외하고 매 경기 3점슛 5개 이상씩 터뜨리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결국 승부의 추가 기운 6차전 종료 직전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자신의 손으로 시리즈를 끝낸 커리는 역대급 선수 반열에 오르게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4개 우승반지, 2회 이상 정규시즌 MVP, 파이널 MVP를 모두 받은 선수는 커리가 6번째다. 커리에 앞서 조던, 매직 존슨, 카림 압둘자바, 제임스, 팀 던컨만 이룬 업적이었다.
커리는 우승 트로피를 받은 뒤 “챔피언 혈통과 경험은 우리의 일부가 됐다”며 “우리는 이를 10, 11년 동안 만들어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골든스테이트 동료들은 커리를 향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은 “이번 우승은 커리가 이룬 최고의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이궈달라도 “커리가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라는 사실을 공고히 했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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