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서점의 황홀한 열린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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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서점의 황홀한 열린음악회

입력
2022.06.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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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클래식과 함께한 음악회가 11일 경기 용인 원삼면 생각을담는집에서 열렸다. 생각을담는집 제공

테너 진세헌이 '시인의 사랑' 첫 곡을 노래할 때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노래 속으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5월에 꽃봉오리들이 모두 피어났을 때 나의 마음 속에도 사랑의 꽃이 피어났네…' 사랑은 그렇게 아름답게 오지만, 사랑은 기쁨과 동시에 고통도 따르는 것. 그의 노래가 바람결에 흐트러졌다. 큰 나무들이 흔들렸다. 고개를 한껏 젖혔다. 굴피나무 사이로 노란 햇살, 그리고 푸른 하늘이 빛났다.

'시인의 사랑'이 끝나자 소프라노 임미령이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를 노래했다. 앞의 노래와 달리 들뜬, 그래서 밝고 발랄한. 개가 짖었고, 딱따구리가 울었다. 그리고 이어서 베이스 이찬영이 라벨의 '돈키호테'를 불렀다.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악보가 날아갔다.

숲과 마주한 시골마당이라 날아다니던 날벌레들이 노래하는 이들의 입속으로 들어갔던 모양이다. 테너 진세헌은 자신의 스승이 한여름 호숫가에서 열리는 유럽의 한 오페라 페스티벌에 갔던 이야기를 했다. 모기들이 무대 앞 조명 앞에서 기승을 부렸는데, 노래를 부를 때마다 모기들이 들어갔다고. 그래서 수백 마리의 모기를 삼키고 노래했다고. 사람들이 큰소리로 웃었다. 첼리스트 박다인은 피아니스트 강금화의 반주에 맞춰 포레의 '꿈을 꾼 후에'를 연주했는데, 나는 정말 꿈속이구나 생각했다.

처음 책방을 열었을 때 이 공간에서 음악회를 한다면, 하고 꿈꿨다. 그러나 연주비용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아들이 치던 업라이트 피아노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고 '이 피아노가 연주된다면' 하고 올렸다. 어느 날 피아니스트 서장원이 찾아왔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은서와 듀오 연주를 하고 싶은데 괜찮겠냐고. 나는 그 자리에서 손을 덥석 잡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이 연주하던 날, 난 조금 눈물이 났다.

이후, 이렇게 저렇게 연주자들과 만나 시골책방에서 콘서트를 했다. 테너 진세헌이 이끄는 수클래식과 함께, 그리고 소프라노 장승희, 박성연, 채민아, 바리톤 임준식, 피아니스트 송윤원, 바이올리니스트 조은서 등이 책방에서 연주회를 했다. 지난 3년 반 동안 약 30여 회, 코로나가 심각했던 때를 제외하고 거의 매달 한 번씩 열린 셈이다. 때로는 성악가들이, 때로는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들이, 그리고 때로는 플루티스트가 혼자 혹은 같이.

물론 연주비는 턱없다. 공간도, 피아노도 당연히 전문 홀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러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 찾아와 객석을 채운다. 얼마나 올까, 사실 공지를 할 때마다 가슴을 졸이는데 말이다. (물론 음악회뿐 아니라 작가와의 만남 등 모든 행사 때마다 가슴을 졸이는 건 마찬가지지만.)

나는 연주를 듣다 온몸이 저려서 움찔거리다 때로는 눈물을 훔친다. 내 책방에서, 내 집 마당에서 연주를 듣다니,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리는 것이지 않은가.

그러다 함께 음악을 듣는 이들을 바라보다 보면 또 가슴이 저린다. 시골책방까지 아이 손을 잡고, 연인과 함께, 혹은 혼자 와서 음악을 듣는 이들의 저 붉게 피어나는 마음들은 또 어쩌나. 엄마와 함께 온 아이의 가슴에 남겨질 무늬는 또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아, 책방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 은밀한 즐거움이라니! 그렇다고 함부로 책방을 차릴 일은 물론 아니지만.

에디터 주: 기고에 소개된 콘서트는 임 대표 시골책방(생각을담는집·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서 매월 둘째 주 토요일(변경가능) 전후 열립니다. 정확한 정보는 다음 블로그(https://blog.naver.com/seangak)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임후남 읽고 쓰는 사람·생각을담는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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