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못' 공공기관장 논란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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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못' 공공기관장 논란을 보면서

입력
2022.06.20 00:00
수정
2022.07.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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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전리품에서 '대못'된 공공기관장
무리한 임기 보장이 난맥상 초래
尹정부, 고용부 장관 임명도 논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동부지법에 들어 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부 장관을 지낸 백운규에 대해 검찰이 산하기관장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수사를 강행하고 있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을 공정한 절차에 따라 임명하고 임기를 보장해서 독립성을 제고한다는 것이 산하기관장 임기제인데, 이런 이야기가 거짓말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산하기관장은 퇴직관료들의 일자리로 이용됐었는데, 이제는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해 버렸다. 문 정부의 산하기관장 인사 역시 당파성이 강했기 때문에 그런 비난을 피해 갈 수 없다.

문제는 대통령 임기와 산하기관장과 임원의 임기가 일치하지 않는 데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합의제 위원회가 아닌 일반 산하기관은 정권의 정책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이처럼 통상적인 산하기관은 정부기관과 다를 바 없는데, 그런 기관장에게 임기를 보장한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고 흔쾌히 사표를 내는 기관장도 있지만 흔치 않은 경우다. 운영의 묘를 살리면 그런 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다. 3년 임기가 끝난 후 해당 기관장 임기를 1년간 연장하면 그는 대통령 임기와 거의 동시에 임기를 마치게 된다. 내가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속해 있었을 때 평가가 좋았던 몇몇 기관장은 그런 희망 사항을 전달했지만 청와대는 3년짜리 기관장을 새로 임명해서 오늘날 '대못' 문제를 만들었다. 대통령이 임기 만료 1년을 앞두고 임기가 보장되는 산하기관 인사를 강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독선이다.

사정이 이러하니까 새로 들어선 정권은 전 정권이 임기 말에 '대못'으로 임명한 기관장이나 임원에 대해 사표 제출을 요구하거나 강요하곤 했다. 문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은경은 바로 그런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문 정부 검찰에 의해 기소돼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현 정권 들어서는 백운규 전 장관이 같은 이유로 수사 대상이 되고 있는데, 문 정부 초기 같은 시점에 있었던 일임에도 김은경 전 장관과 달리 백 전 장관은 정권이 바뀌고 나서 검찰의 타깃이 됐다는 점은 흥미있는 포인트다.

문재인 정부에서 같은 시기에 장관을 했지만 김은경 전 장관은 민주당 공약인 흑산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풍력발전소 공사 중지를 명해서 정권의 눈 밖에 났지만 백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공언한 탈(脫)원전 정책을 충실하게 밀고 나갔다. 그런 차이 때문에 김 전 장관을 기소한 검찰이 백 전 장관에 대한 기소는 미루고 있다가 새 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기소하기로 작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만일에 이런 의심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백 전 장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미루어진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있는 산하기관장은 절차에 따라 해임할 수 있는데, 그런 시도가 문 정부 시절에 있었다. 문 대통령 취임 직전에 임명된 노사발전재단 이정식 사무총장은 재임 중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20대 국회 환노위에서 큰 문제가 됐다. 당시 환노위 의사록을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의원들이 이 총장을 질타하고 사퇴를 요구했음을 알 것이다. 그가 '대못'처럼 자리를 지키고 버티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재단 이사회에 해임을 요청했다. 장관이 산하기관 이사회에 대해 기관장 해임을 요청하는 매우 드문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이사회는 해임 건의를 묵살했다. 이런 논란 속에 이 총장은 임기를 마쳤으니 그 기관의 기강이 어땠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런 '대못'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대못'도 버티면 장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니, 전 정권이 임명한 산하기관장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사퇴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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